"나이 먹을수록 시간 정말 빨리 간다"
벌써 11월이네...
또 나이만 먹는구나...
시간 왜 이리 빨리 가지?
나이 먹어서 그래...
술 한잔 기울이거나 갑자기 스산해지고 추워지는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어디선가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본 적 있는 것 같다. 상대성 이론도 있었고 심리학적인 이론도 있었다. 어찌 됐든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니 상대적인 개념이 맞긴 하겠다. 이론은 어렵고 굳이 분석하고 싶지 않다. 단지 이 말을 하는 나이가 된 거 같아서 슬프다. 슬퍼하기만 하면 달라질 게 없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니 빠르게 흐르는 듯 한 이 기분과 이 말을 부정할만한 일을 하면 된다.
일상이 거의 비슷하다. 새로움이 없다. 출근과 퇴근과 기타 등등 이제는 스트레스마저 새로움이 없다. 반복이 될 뿐 그러다 보니 기억을 못 하는 것 같다. 미세하게 다른 하루를 보냈겠지만 비슷했던 하루를 보내니 기억에 남질 않는다. 월요일의 기억과 목요일의 기억이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금요일이 되면 좋기도 하지만 일주일 금방 가네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이 거의 비슷하다. 생각이 많다. 그런데 그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다. 많지만 비슷한 생각의 연속이다. 주제가 비슷하고 고민거리가 비슷하다. 이 역시 미세한 차이만 있고 거의 비슷하다. 월요일의 생각과 목요일의 생각이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금요일이 되면 좋기도 하지만 일주일이 금방 가네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움이 없고 생각은 많은데 그 생각들이 비슷하니 시간이 빨리 가는구나
원인은 찾은 것 같으니 이제 해결책을 찾자.
새로움을 찾고 생각을 다르게 하면 되겠다. 제일 어려운 것을 정말 쉽게 얘기한다. 누군들 그걸 모르겠는가 말이다. 그래도 노력해보자. 못한 것과 안 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태어나 처음으로 모임 예약을 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영화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모임이라는데 어느 날 SNS를 보다가 우연히 접했다. 동호회나 모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지 실제 행동으로 옮겨본 적이 없었다. 거부반응이나 부정적 인식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언제나 생각과 마음만 있을 뿐 행동에 옮기질 못했다. 새로움을 찾으면서도 새로움이 낯설고 두려워 머뭇거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러면 또 잊혔다. 모임을 예약한 것은 변화의 첫 시도였다. 새로움을 찾고자 마음만 먹었던 나에서 행동하는 나로 변하고자 한 시도였다. 일주일 내내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해서 시간이 느리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한 행위 또한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이 될 수도 있다. 단발성이지만 새로움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첫 시도였다. 날짜가 다가오니 설렌다.
새로운 코너에 가보기로 했다. 주말에 책을 보러 서점에 간다. 그런데 동선을 생각해보니 항상 가는 코너만 갔다. 같은 코너라는 건 같은 장르의 책이 진열된 공간이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책만 봤다. 마치 편식과도 같은 책 읽기를 바꾸기로 했다.
학습지 코너를 갔다. 미혼이고 주변에 수험생이 없다 보니 거의 갈 일이 없었던 코너였다. 요즘은 이렇게 책이 나오는구나. 교과과정은 이렇구나.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된 추억이 되살아난다. 언젠가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면 자주 올 수밖에 없는 공간. 학년이 바뀔 때마다 왔었던 공간.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는 학습지 코너는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전문서적 코너는 느낌이 비장했다. 몇 년 전 자격증 취득을 위해 책을 사러 왔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합격을 목표로 설명이 좋고 예시문제가 많은 그런 책을 고르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바로 그 공간을 나올 만큼 마음이 급했던 시기였다. 전문서적 코너가 비장한 느낌인 것은 그때의 경험이 주는 감정이었다. 안 가봤던 코너를 가보니 새롭게 보이는 게 있고 여러 가지 생각과 추억이 떠오른다. 책 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히 더 즐거웠다.
시간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다. 절대값(분모)이다. 시간을 통해 계산되는 값이 크게 나오려면 상대값(분자)이 커야 한다. 그 값이 무엇인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난 동일하게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나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는지 고민했다. 시간을 통해 계산되는 값을 행복지수라고 하면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상대값, 즉 분자를 높여야 하는데 나의 상대값은 새로운 시도와 생각의 다양화다. 머뭇거리지 않고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처음 모임을 예약하는 것처럼 새로운 시도를 해볼 것이다. 출장이 아닌 순수한 여행으로 해외에 나가볼 것이며 생각만 했던 레저활동을 직접 해보려고 한다. 편식 없는 책 읽기를 해서 고른 영양을 섭취할 것이다. 고른 영양 섭취는 다양한 생각을 할 자양분이 될 것이다.
시간이 빨리 가는 나이가 아니라 시간이 즐거운 나이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