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도 좀 들어보세요"
얼마 전 거래하는 브랜드 디자이너와 업무 차 통화를 했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내 아이템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내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자세히 하려고 했다. 어느 순간 상대방이
"잠시만요", "제 얘기도 좀 들어주세요"라는 얘기를 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그리 "남의 얘기를 잘 들어야 한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얘기해야 한다"라고 말하던 내가 내 말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유선상 얘기였고, 면대면이 아니기에 나는 아이템에 대한 설명이 꼭 필요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디자이너도 할 말이 있었는데 내 말이 길어지다 보니 얘기가 끊어진 것이다.
때로는 과다한 정보가 상대방에게 여유를 주지 못한다. 내 기준에 꼭 필요한 말이었겠으나 상대방 또한 통화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공통의 목적을 갖고 이야기를 시작하였으나 결국 나만의 기준으로 내 할 말만 한 것이다. 상대방은 타이밍을 잡지 못해 "잠시만요"라는 말로 대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 대화에서의 내 모습에 반성한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내 의사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너무도 간단하게 '할 말만 하고 끊으면 되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위의 내용처럼 나는 전달해주고 싶은 정보가 많았다.
- 정보가 많다는 것은 결국 정보의 순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그 정보를 끊어서 얘기해보자. 하나의 주제에 한 가지만. 그리고 들어보자.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해야겠으면, 그만큼 상대방에게 하나의 소주제에 대해 말을 해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물어보는 것이다. 난 정보를 주고 오더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내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
위의 생각을 한 후 다시 통화할 기회가 생겼다. 이번엔 저번의 통화를 복기하며, 짧은 소주제로 정보를 전달한 뒤 그 주제에 대해 문의를 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전의 기억이 있었는지 아니면 내가 너무 의식해서인지 상대방이 얘기할 타이밍을 다시 찾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마다 OO님은 지금 말씀드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며 한 호흡 쉬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전보다 훨씬 편안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고, 상대방의 의견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예전 경험에 의해 상대방이 느낀 부분이 내 의도만큼 효율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엔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도 부연 설명이 많았고 내심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또 한 번 얘기했다. 이런 부분에서 상대방은 나의 변화를 크게 감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를 주는 것은 나에게 앞으로의 전화 매너나 비즈니스 통화에서의 효율성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은 쓰다가 수정이 가능하지만 말은 수정이 되지 않는다. 수정을 위해 또다시 말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주제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말을 할 때는 머릿속 생각을 잘 정리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것을 연습해야 하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글을 통해 말을 연습할 수 있고 말의 경험을 통해 글쓰기를 한다. 매일 연습하면 말하기와 글쓰기가 같이 향상되지 않을까?
회사 생활을 통해 배워온 지식을 가지고 개인 사업을 한다.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거래처라는 큰 회사 생활을 하고 있고 그 생활을 통해 지난날의 과오와 실수를 발견한다.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또한 공유에 대한 화답을 통해 한걸음 더 발전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이유를 "제 말도 좀 들어주세요"라는 말을 통해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