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의 반짝임, 심장의 떨림
다시 바람이 분다.
나뭇잎과 풀잎들이 몸을 부르르 떤다. 새들이 날아오르고 구름이 천천히 움직인다.
우주의 만물들이 제 나름의 이유로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지만,
그런 일들은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나라는 존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론 바람이 내게도 불어왔겠지만, 나는 가벼운 잎새들과는 달리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나를 세게 밀지 않고 살짝 손끝만 대도 나는 크게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지만,
결국 바람이 불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만약 몸이란 걸 가졌다면 그 몸은 아주 육중한 것이리라.
몸이 없이 시각과 청각 그리고 생각하는 기관만으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제 3의 존재에 딱 붙어서 그 존재의 일부로 인식될 수도 있으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주위가 차츰 어두워졌고, 얼마 안 지나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기쁘고 반가운 일은 비가 내 몸을 적시고 있음을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먼저 무언가를 만지고 느낄 수는 없지만,
누군가, 무언가가 나를 만지거나 건드리면 나는 그걸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동물은 전혀 아니고 식물에 가까운 존재일까?
바람에 나풀대는 잎새가 없더라도,
마치 사막의 선인장처럼 몸통만으로 살아가는 식물이 있질 않은가?
그때부터 약간은 차가웠던 빗줄기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
할 수 있다면 몸을 최대한 넓게 펴서 많은 비에 노출되게 하거나,
아니면 몸을 동그랗게 웅크려 빗물을 가둬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축축하다고 느끼는 건 그저 기분일 뿐인지도 모른다. 소리가 일으키는 착각.
나는 축축하다고 느끼는 어딘가를 짚어보려 한다.
그러나 역시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아니 바위 위에 붙은 이끼처럼 내게는 아예 몸이랄 게 없는 지도 모른다.
선인장이 아니라 이끼풀이라니...갑자기 나는 슬퍼졌다.
그러나 이것도 생각, 그러니까 기분에 불과하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눈물을 흘린다면 나는 생물, 그것도 식물이 아니라 동물에 가깝지 않겠는가?
최소한 눈물이 시작되는 곳에 눈이라는 게 붙어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오히려 몹시 슬퍼지기를,
눈자위가 축축해지다가 마침내 눈물이 한 방울이라도 뚝 떨어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빗줄기마저 가늘어지다가 결국은 멎었다.
빗물이 모여 한 곳으로 달려가던 경쾌한 소리마저 끊어졌다. 그렇게 밤이 되었다.
밤이 깊어지자 실망감마저 시들해져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때부터 무언가가 내 안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낮에는 없던 달과 별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가망없는 '더 슬퍼지기'를 그만두고 나는 어느새 달과 별을 바라보며 몹시 흥분하고 있었다.
내게 가슴이라 게 있다는 것인지, 그 속에 심장이라도 뛴다는 것인지,
내 안의 어디선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