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검고 어두운 구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달빛을 가릴 때마다
처음 느끼는 이 흥분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지 않을까 나는 오히려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무언가 작은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이토록 반가운 쿵쾅거림이 멈춘다면,
이렇게 내가 살아서 활동한다는 단 한가지 증거인
이 허망한 사유마저 끊어지지 않을까 두려워졌다.
그래서 나는 상하좌우로 두리번거리며 내가 볼 수 있는 가장 넓은 범위를 찬찬히 훑어보기로 했다.
환한 달빛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작은 별들이 하나 둘 보였다.
자세히 보니 하나 둘이 아니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이 거기 있었다.
그 순간 내게는 가슴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속에 심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심장 속에서 누군가 자기를 꺼내달라는 듯
거칠게 벽을 치며 뚫고 나오려는 쿵쾅거림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내가 짐작하는 가슴 어디쯤의 진동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분명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람소리도, 물 흐르는 소리도 아니다.
단단하게 마른 텅빈 나무공을 두들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연속해서 이어지는
그 소리는 이렇게 들렸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한 번 시작되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힘차고 단호하게
저 아래서부터 한 계단, 한 계단 새벽 공기를 차고 올라오는 그 소리와 소리의 긴 행렬은
내 앞을 지나 낮은 숲과 높은 산의 그림자 쯤을 오르더니,
기나긴 줄사다리를 타고 어둑한 구름을 넘어 달과 별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이렇게 그 소리는 끝나가고 있었다.
사라지는 그 소리 하나 하나가 빛으로 변해 새벽이 되어 스러지는 숱한 별들의 마지막 빛으로 반짝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더는 들리지 않는 그 소리를 나도 모르게 되뇌이며 어떤 의미를 떠올렸다.
그 소리 하나하나의 뜻이 분명하고 선연하게 다가왔다.
누구도 풀지 못한 의문의 답을 홀로 얻은 듯,
깊이 감추어놓은 천지만물의 비밀을 마침내 깨달은 듯한 황홀함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잊어버리고 있던 가슴 한 켠의 진동이 다시 느껴졌다.
내게 몸이라는 게 있는 지 알 수 없지만,
이 때만은 '나'라고 여겨지는 모든 것이 상하좌우로 들썩였다.
나는 아까 그 소리, 이미 사라진 그 소리들을 떠올리며,
스러지는 마지막 별 빛을 뒤쫓으며 더 늦기 전에 뭔가 간절히 응답하고 싶었다.
뭔가 반응하고 표시해야만 이 숨막히는 환희와 반전의 순간이 계속 이어질 것 같았다.
그저 생각만이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대한의 의지와 힘으로,
내 안의 나를 밖으로 거칠게 밀어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