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와불과 까마귀(완결)

할매의 말

by 박독수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몸뚱이 하나가, 아마도 나의 전부나 일부가 들어있을 거대한 돌덩어리 하나가,

바닥에 뉘여있던 머리부터 온 힘을 다해 일어나려는 게 아닌가?

나는 감동했다. 마침내 흙먼지와 굉음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아있는 모든 힘과 의지를 다해 나를 밖으로 던졌다.


*


화순군 도암면 운주사 근처에 사는 팔순 넘은 할매가 아들에게 틈만 나면 붙잡고 하는 말이다.

새벽인지, 이른 아침인지, 앞 산에서 커다란 소리가 나서 올려다 보니,

부처가 새겨진 바위 덩어리가 일어나 앉으려 했다.

거대한 몸이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려 할 때,

느닷없이 까마귀 한마리가 휘-익 날아와 이마 위에 앉았다.

와불이 맥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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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어매가 치매라 헛 것을 봤다 여기고 여러 날 그저 듣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또 어매 말을 듣고 앞 산에 가 보니,

바위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으나 와불의 이마 위에는,

놀란 까마귀가 싸놓고 간 것인지, 하얀 새 똥 자국이 선명했다.(끝)



* 저의 글 정원 주소입니다. 잘 가꾸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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