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또는 '결'이라는 짐승 이야기(완결)

사라진 어느 옛 나라의 우화

by 박독수

처음 이웃나라를 쳐들어가서 항복을 받아낸 후,

짝귀 왕은 그의 병사들과 함께 전리품을 챙겨 다시 그들의 나라로 말머리를 돌렸다.

국경을 넘자마자 짝귀 왕은 명령했다.


“그 짐승들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여라.”


외눈박이 장수는 짝귀 왕의 명을 받들었다.

그 짐승들은 정말 아름다웠고, 모두에게서 사랑받지 않을 때가 없었던 존재들이었지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여 땅에 묻었다.

다른 병사들은 짐승을 땅에 묻으면서도 왕과 장수를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뿐이었다.


이듬해, 항복한 나라는 공물을 보냈다. 약속한 대로 짐승 오십마리,

새끼 가축들, 그리고 처녀와 총각 100명.

그러나 공물을 가져온 사신들이 돌아가자마자 외눈박이 장수가 나타나

그 모두를 전부 죽여 땅에 묻었다.

끌려온 젊은이들이 두려워 떨고 있을 때, 짝귀 왕이 나타났다.

왕은 그들을 둘씩 짝지어 세우고는, 어린 가축 몇 마리씩을 나눠주며 말했다.


“우리 나라는 아직 빈 땅이 많다. 백성이 부족할 뿐이다.

그 어디든 너희가 원하는 곳으로 가서 집을 짓고, 아이를 낳고, 가축을 키워라.”


젊은이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나중에는 정말 기뻐하며 흩어졌고,

여기저기,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어 살아갔다.

다음 해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항복한 나라에서는 공물을 마련하느라 점점 더 많은 짐승과 가축, 사람이 소모되었고,

백성들은 자식을 숨기고, 혼인을 서둘러 시켰지만,

결혼한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 애썼다.

가축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후손도 귀해졌다.

그렇게 그 나라는 마른 풀처럼 시들다가 결국 센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하지만 이웃나라는 달랐다.

해마다 젊은이들이 유입되었고, 아이들이 주렁주렁 태어났고, 땅은 비옥해졌다.

항복한 나라 출신의 사람들조차 매년 공물이 도착하면 왕궁에 나와 감사를 표하고, 잔치를 열었으며,

원래 이 땅에 살았던 다른 부족들과 서로 혼인하며 어울려 살았다.


처음 이 나라를 쳐들어갔던 병사 출신 백성들은 나중에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한낱 짐승 따위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니, 참 어리석군.

다 부질없는 짓이지. 우리 나라 땅은 이미 한도 끝도 없이 넓으니,

이 나라를 채우려면 많은 백성을 얻어야지.

백성을 얻으려면, 먼저 그 마음을 얻어야지. 역시 우리 짝귀 왕이 최고야!”


그렇게 짝귀 왕의 나라는 사람이든 가축이든 점점 더 풍족해지고 강성한 나라가 되었다.

평화로운 이 나라에서 그러나 단 하나 엄하게 지켜지는 규율이 있었으니,

그 누구도 그 짐승에 대해 글로 적거나

말로 이야기하거나,

그림을 남기거나 형상을 만들지 말 것.

짝귀 왕은 더 이상 짐승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라진 나라의 영토에서

백성들과 함께 마른 풀을 뽑고 새 씨앗을 심으며

그 강역 안에 있는 모든 과거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웠다.(끝)



* 저의 글 정원 주소입니다. 잘 가꾸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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