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왕자에게(1)

민들레 홀씨와 쇠똥구리

by 박독수

너무 오랜만이지요?

그래도 오늘은 무엇이든 한 줄이라도

글을 써보리라는 생각으로 노트북을 켭니다.


이렇게 한 줄을 쓰고 잠깐 생각하고 있는데, 커서가 깜빡깜빡 다음 줄을 재촉하네요.

그래요, 오늘 글은 퇴고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서 세상에 내보낼 작정입니다.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거나,

완전하거나 불완전하거나,

이 글은 유산되지 않고 반드시 세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탄생 이후 이 글의 팔자에 대해 저는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찌지리로 살거나 괴물이 되거나, 그건 상관 않겠습니다.

어쨋든 지금은 '탄생'이 중요하니까요.


글쓰기는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의 숙제나 업무상의 리포트,

소설가나 작가들의 밥벌이로서의 글쓰기를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아무 의무감 없이, 평소의 이런저런 상상들, 상념들을 정리해서 남들과 공유해보려는

'가벼운' 글쓰기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제 민들레 홀씨만큼이나 가벼운 글쓰기도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릴 때만큼이나

힘에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자주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왜 그런 것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렇게 글을 쥐어쫘--내 듯 써봐야 무슨 소용이냐,

누가 읽어주겠느냐 하는 효용론적 사고가 먼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책을 읽는 사람도 많지 않고,

핸드폰의 한 화면을 넘어서는 길이의 글조차도

'스압'(스크롤 압박)이라는 딱지가 붙습니다.

글이 길면,

말이 많은 것처럼 꼰대로 몰리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이글은 스압이든 꼰대든 어떤 딱지를 붙이든 꿋꿋하게 쓰여질 것입니다.

제 몸무게의 몇 백배가 되는 쇠똥이라도

저는 있는 힘껏 당신 앞까지 굴려갈 것입니다.(계속)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 또는 '결'이라는 짐승 이야기(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