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층 = 권력층?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한 장애인 청년이 있습니다.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거동이 불편해서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하는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많지 않은 통로는 바로 인터넷 글쓰기입니다.
근육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지만,
그는 신체의 모든 힘을 손가락에 모아 겨우겨우 자판을 누르며 글을 씁니다.
읽으려면 1,2분이지만, 쓰려면 한 두 시간이 걸립니다.
내용도 소소한 일상 이야기이지만,
단조로운 그의 삶 전체가 숨김없이 담겨 있습니다.
그에게 글쓰기란
세상과 소통하며
남 앞에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많지 않은 수단 중에 하나입니다.
가끔 그의 블로그를 찾으며 저는 반성을 합니다.
"아무도 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글을 쓰지 않는다고?
아니야, 너부터가 남의 글을 읽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너도 하루 종일 유튜브 보고, 넷플릭스 보고, 핸드폰 들여다 보며
시간을 소비하는 인간이 되지 않았어?
너부터 진중한 글읽기를 시작한다면,
진흙탕을 뚫고 올라오는 연꽃 같은 글을 발견하고는 정말 기뻐하게 될거야.
너도 글쓰기의 재미와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될거야! "
고대 사회에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 능력은 곧 권력을 의미했고,
그 능력을 갖춘 자는 권력층의 일부로 힘을 과시했습니다.
기독교 성경에서 보이는 '서기관' 이라는 계급이 대표적입니다.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를 앞장 서서 반대한 최만리의 상소문에도
백성이 글을 알면 양반들을 비판할 것이고,
나아가 지배체제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결코 틀렸다 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이른바 '식자층'이 지배층의 중요한 일부로서 군림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문명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