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마늘 한 알의 단상
1.
마늘 파스타에 맛을 들였다.
불에 닿아 매운 기운이 쑥 빠진, 투명한 마늘 살의 구수한 풍미가 매력이다.
얼마 전 완주에 갔을 때, 그때가 마침 장날이어서
일행 중 한명과 통마늘 한 접을 사서 반반씩 나누었다.
시중에서 파는 까놓은 마늘이 별로 신선하지 않아 늘 불만이었던 터라,
산지에서 직접 파는 싱싱한 마늘에 마음을 쉽게 빼앗겼다.
집으로 돌아와 양파 망에 넣어 베란다 높은 곳에 매달아 두었다.
그 통마늘 반접을 올려볼 때 마다,
나는 마늘 파스타를 해 먹을 생각에 혼자 군침을 삼키곤 했다.
2.
그런데 혹시 마늘을 까 본 적이 있는가?
아직 없다면 미안하지만 이 글을 더 이상 읽지 마시라.
아니면, 지금이라도 마늘을 까시고 난 후에 이 글을 읽으시라!
단군신화에서 사람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와 곰의 대결은
다 아는 것처럼 곰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만약 환웅이 호랑이와 곰에게
사람처럼 되기 위해서는 마늘을 '까서' 먹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면,
이 게임은 애초부터 불공정하다.
쑥은 그렇다 치고, 몇 겹의 껍질로 중무장한 통마늘의 철통방어 앞에
호랑이는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연장으로 치면 호랑이의 앞발은 타격용 ‘망치’ 정도지만,
곰의 앞발은 손처럼 좁히고 벌리는 데 쓰이는 ‘펜치’에 더 가깝다.
두 종류의 연장이 보이는 마늘 까기의 적합성과 효율성은 비교할 수 없다.
아마도 호랑이가 일찌감치 게임을 포기하고 동굴을 뛰쳐나간 것은,
얼핏 봐도 일방적으로 곰에게 유리한 게임의 룰을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3.
흔히 좋은 마늘에 대해 육쪽마늘이니, 팔쪽마늘이니 하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막상 마늘 한통, 한통을 깨트려보면 이렇게 딱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큰 놈 서너 개에 작은 놈, 더 작은 놈들이 너 댓 개씩 오종종 붙어있다.
또 그런 놈들이 작다고 껍질이 없는 것은 없다. 작든, 크든 어느 놈이건 두툼한 갑옷을 입고 있다.
너무 짧은 손톱도, 긴 손톱도 마늘을 까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마늘을 까기에 앞서 손톱의 길이를 잘 준비해야 미션을 완수할 수 있다.
손이 고생하는 것, 즉 수고 말고도 눈물, 콧물도 적당히 쏟아내야
마늘의 갑옷을 제대로 벗겨낼 수 있다.
처음 마늘을 까보는 사람치고
단군신화 속 호랑이의 좌절과 분노를 떠올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4.
처음 마늘 한 통을 까는데 넉넉히 잡아 대략 5분 정도 걸렸다.
5분이면 긴 시간이 아닌가?
그 시간에 깐 마늘, 다진 마늘을 사서 먹는 게 효율적이지 않은가?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바쁜 세상에 한 알, 한 알 누가 마늘 껍질을 벗기고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내 자신에게 되묻는다. 당신은 정말 바쁜가?
무슨 일로 그렇게 바쁜가? 언제까지 그리 바쁘게 살 텐가?
혹시 손발 쓰는 일을 하찮게 여겨 남에게 미루려는 것은 아닌가?
곰이 마늘을 까서 사람이 되었듯이,
당신도 이제는 제 손, 제 발로 뭔가를 해 낼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사람'이란 소리를 듣지 않겠는가?(끝)
* 저의 글 정원 주소입니다. 잘 가꾸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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