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름을 보내며
태양을 피해 숨어있던 사이,
마당 한 가운데
키 큰 해바라기가 선 채로 죽어있다.
무궁화, 배롱나무, 맥문동, 부춧꽃이 한 창인데,
시장 통에 며칠 째 효수된 죄수처럼
봉두난발의 검은 머릿통이 푸른 하늘 아래 흔들리고 있다.
그는 한 때
태양의 숭배자, 추종자
그러나 지금 그의 죄목은
반역자, 배교자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먼저 거는
얼치기 싸움꾼
검게 그을려 태양의 타는 목구멍으로 사라지는
하룻 강아지
나는 오래도록 그를 어쩌지 못한다.
그의 주검은 석양 무렵이면 더 장엄해지곤 했다.
찬 바람이 조금 불고난 후에야
나는 아리마대의 요셉*처럼 그를 장사지낸다.
내가 올려다보자 죽은 그가 말한다.
"여름은 갔다, 태양의 폭압은 끝났다."
그를 땅으로 내리며 나는 내게 묻는다
"비겁한 자여, 너는 이 여름에, 그 무엇에 맞서 본 적이 있던가?"
내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자
그의 얼굴에서 검은 씨앗들이 쏟아진다.
머리카락에, 옷자락에, 땅바닥에, 사방으로 흩어진다.
반역의 씨앗,
배교의 씨앗,
풋내기, 얼치기 싸움의 씨앗, 씨앗, 씨앗...
다음 여름은 더 뜨거워 질 것이다.
태양 때문이 아니라 저 작은 씨앗들 때문에,
겨울을 지나 다시 봄,
여기저기 뿌리를 내며 자라날 저 위험한 사상 때문에,
뻔히 질 줄 알면서도 또다시 대드는
무모하고도 질긴 불굴의 싸움,
내 안 어딘가에 숨어들어 나를 치받으며 도발하는
저 검은 씨앗 한 톨의 싸움 때문에.
*십자가에 처형당한 예수를 장사지낸 사람
* 저의 글 정원 주소입니다. 잘 가꾸려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