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ENFJ
MBTI가 본 <케이팝 데몬 헌터스> 두 번째 주!
글을 다 쓴 후 이야기를 나눠보니,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주변의 추천 혹은 인터넷에 떠도는 짧은 영상을 보고 흥미가 생겨 보게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혹시 보신 분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많을까요?
그러다 보니 괜히, 그 누구도 추천하거나 이야기하기 전, 이 기이한 제목을 클릭해 본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젠 앞에 K가 붙으면 자연스레 한국 문화라는 함의를 갖는 시대에,
과연 그 '한국 문화'란 어떤 이미지일까요?
물론 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들어갔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ENFP와 ENFJ의 감상을 만나보세요.
동생이 어느 날 부끄러운 듯 이야기했다. ‘넷플릭스에 새로 나온 게 있는데… 케이팝 얘기거든. 근데 이거 뜰 거 같아.’
뜰 것 같다고는 하는데 나한테 굳이 보라고는 안 하는 내 동생. 나는 그냥 그대로 아~ 그런 게 있구나 하고 넘겼다. 그 이후로 여기저기에서 점점 케데헌에 대한 언급이 늘면서 나도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안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 어느 날, 케데헌을 각 잡고 보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타이틀에 K-POP이라는 워딩이 들어간 것부터가 뭔가 이질적이고, 보고 있어도 안 믿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케데헌에 나오는 깨알 같은 요소들, 낙산공원 같은 장소들이 나오면서 익숙한 소재들이 나오니까 공감이 되면서도 신기했다.
생각해 보니 ‘K’가 들어간 콘텐츠들은 이미 많지만, 영어가 원어이면서도 Kpop을 다루는 콘텐츠는 생소했어서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미국에서 만든 거라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고증을 잘했다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국적인 요소들을 찾는 재미에 신기한 듯 계속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대사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가 케이팝적이라서 처음 봤을 땐 아…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어디까지 하나 보자는 느낌에 계속 보게 되는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원래 나의 항마력은 그렇게 높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오그라들면 그 콘텐츠에서 하차하게 되는데, 케데헌은 뭔지 모르게 오그라들지만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케이팝을 워낙 좋아하고 아직도 아이돌 계보를 따라가는 나로서는 케데헌은 뭔가 평가하듯이 보게 되었다. 응원봉부터 멤버들 간의 관계성을 궁예하는 팬들의 문화까지 인정 인정하면서 케데헌을 봤는데, 무엇보다도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루미와 진우가 이루어지지 않고 진우가 죽은 것. 자고로 아이돌에게 연애는 어울리지 않는다. 잠깐 썸 정도만 있었던 게 케이팝 문화에 대해 제작진들이 제대로 이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했다.
케데헌의 놀라운 성과를 보아하니 2도 역시 나올 것 같다. 그런데 걱정이다. 이번 작품을 7년 준비했다는데, 2편도 잘 만들어지려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이미 케데헌이라는 작품을 애정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케데헌에 대한 콘텐츠는 이미 너무 많아서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이번 글은 심플하게 써보았다.
K-pop 좋아하는 친구에게 추천받은 이 영화가 이렇게 부흥할지는 몰랐다. 친구가 제발 보라고~ 보라고~ 노래를 했지만 사실 제목을 보고 그 누구도 클릭이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본다고~ 본다고~ 했지만 케데헌 썸네일을 보면 도전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어떤 아저씨가 용기 있게 케데헌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1회차를 보고 이번에는 3회차를 보고 글을 정리하고 있다.
케데헌은 내용부터가 흥미로웠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돌 부업을 하는 무당’과 저승사자들이 싸우는데 지금까지 본 만화에서 이런 관계도는 없었다. 게다가.. 진우 성우의 목소리가 너무 감미로웠다. 계속 들어도 듣게 되는 목소리. 덕분에 진우가 대사 치는 장면은 한/미/일 성우로 다채롭게 보았다. 진우역의 미국 성우가 한국 배우였던 것에 1차 충격을 받았고, 귀마 역 성우가 이병헌 배우인 것에 2차 충격을 받았다. ('호빗' 시리즈의 드래곤 '스마우그'역을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녹음한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케데헌에서 나오는 한국적 요소 찾기도 집중해서 끝까지 보는 것에 도움을 줬다. 지루할만하면 한국문화(장소, 음식, 옷, 생활문화)를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다 보면 어느새 또 스토리에 빠져드는 내가 있었다. 일본회사 ‘소니'에서 어떻게 이런 세세한 한국 문화까지 찾아서 만들었는지 궁금증이 일었고 그 뒤부터 제작 인터뷰를 찾아보았는데 다행히 애니메이션 인기가 많아짐에 따라 감독의 인터뷰와 각종 정보들이 많이 존재했다. 특히 감독 ‘메기강'이 유퀴즈에 나와서 인터뷰한 것을 보면서 이 작품에 애정을 많이 또 오래 쏟았구나 싶었다. ‘소니'에서 약 7년 동안 제작하고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을 넘겼을 때 얼마나 뿌듯했을까 싶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존재했다. 언제나 해피를 추구하는 나는 새드는 정말 쥐약이다. 케데헌 3번 보면서 항상 눈물을 흘리게 되는 두 개의 장면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진우의 결말이다. 작가에게 이 결말이 최선이었냐고 묻고 싶다. 시즌2를 만들려는 전략이었다면 참고 기다릴 수 있지만. (인터뷰를 찾아보니 시즌2를 제작한다는 얘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진우의 영혼이 꼭 검에 깃들어야 했을까, 둘이 합쳐 파워레인저처럼 귀마를 무찌를 수는 없었나.) 진우의 희생으로 얻는 해피엔딩은 나에게 새드엔딩일 뿐이다.
나는 종종 박물관에 가는데 요즘 케데헌의 영향인지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20대 초반시절에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한국에 대해 설명은 케데헌 하나로 끝내도 될 것 같다.
진우의 결말 때문에 루미와 셀린과의 갈등도 다 까먹었다. 진우의 결말 빼고는 다 좋았다. 꼭 2편을 만들어서 진우가 다시 되살아나기를...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