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ENTP
3주에 접어든 MBTI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 재밌게 즐기고 계신가요?
개인적으로 지난주 두 편의 글에서 결말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재밌었는데요. 여러분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모임에서도 분분한 논쟁이었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 결말에 대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숏폼 콘텐츠들이 화제가 된 걸 보면, 어찌됐든 확실히 큰 임팩트를 남긴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고 있던 K 콘텐츠의 킥으로, 또 뭐가 있을까요?
이번 주엔 특히나 결말을 맘에 들어한 INFJ와,
사소한 디테일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던 ENTP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저는 ‘망한 사랑’(망사)을 좋아합니다. 이유는 위의 짤처럼, 그리고 지붕 뚫고 하이킥을 만든 김병욱 감독의 지론처럼, 행복하기만 한 결말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비극적이거나 아쉬운 결말이 더 선명하게 각인되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망한 사랑이 오히려 더 좋습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으니까요.
이 영화에서도 다른 훌륭한 요소들을 잠시 접어두고, 저는 루미와 진우의 사랑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그래서 특히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행복하게 이어지는 결말보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우는 자신을 희생하여 루미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었고, 그 점이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행복은 짧고, 오히려 지지고 볶는 지루하고 힘든 순간들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걸 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온전히 완성되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는데, 결국 망했기에 오히려 더 설득력 있고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정신과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여겨지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질투가 많을까?”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하고 자책하기보다는, “나는 질투가 많구나”, “나는 불안한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이롭다는 말이죠.
이 영화의 루미도 반은 악령, 반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스스로조차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습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친구마저 루미를 부정했을 때 큰 괴로움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결국 루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셋이 함께 부른 「What It Sounds Like」 장면이 가장 좋았습니다. 결점도, 상처도 모두 나의 일부라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가 노래와 함께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장면은 큰 위로가 되었고, 이런 주제를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담았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굳이 자신의 못난 부분을 억지로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마주하기 마련이니까요. 그 순간 좌절하기보다는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해 봅니다. 이 영화는 그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좋았습니다!
국뽕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럴 때 외국에 가야 합니다. 최근에 영어학원을 다니며 최근 외국에 다녀오신 분들이 전해주기를 미국에 어린아이들이 정말 정말 케데헌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참 신기하지 않나요?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파급력이 큰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게 말이죠? 잠시 객관적 렌즈를 빼고 뽕에 취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서양인의 관점에 바라본 동양이 아닌 오리엔탈리즘 범벅이 된 게 아니라 저희가 봐도 자연스러운 한국의 풍경과 모습으로 성공한 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아직도 이게 현실이 맞나 싶기도 해요.
넷플릭스는 주로 드라마나 예능만 보던 나에게, 케데헌의 성공 소식은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한국 문화 기반 영화가 이렇게 화제가 된 건 처음이라 호기심에 보게 됐다. 특히 한국 문화와 음식 고증을 잘했다는 평이 감상을 시작하게 만든 가장 큰 동기였다.
영화를 시작하자마자 헌트릭스 3인방의 다이나믹한 표정 변화에서 재미를 느꼈다. 초반에 컵라면이랑 김밥 먹는 장면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최애 음식으로 등장해, ‘아, 제작진 진짜 디테일 신경 많이 썼구나’ 싶었다. 외국인 제작진인데도 이렇게 잘 살리다니 신기했다.
사자보이즈가 등장하는 순간은 영화 분위기를 확 바꿨다. 싸움 장면인데도 무대 공연 보는 것 같고, ‘악역인데도 끌린다’는 묘한 매력을 남겼다.
까치 수씨와 호랑이 더피는 민화 속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냥 판타지가 아니라 한국 문화가 화면 안에서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케데헌 제작진 왈, 호랑이는 양반을 상징하나 덜 떨어지는 동물, 까치는 서민을 상징하고 똑똑한 동물로 민화에서 표현되었다고 했다. 그걸 캐릭터적으로 귀엽게 잘 풀어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악귀들의 등장에는 공포와 해학이 동시에 담겨 있어서 재미를 더했다. 무섭긴 한데 또 웃긴 장면이 섞여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OST는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처음엔 ‘이 노래들이 그 정도로 좋나...?’ 하고 영화의 배경음악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느새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반복 재생하게 되었다. 요새 이동 길에 꼭 듣는 일상곡이 되었다.
또, 미국에서 케데헌이 유독 인기가 있는 이유가 흥미로웠다. 디즈니 영화에는 잘생긴 남주가 거의 없는데, 사자보이즈, 특히 진우가 미국 어린이와 어른들의 눈을 사로잡았을 거라는 분석이었다. 루미, 미라, 조이 역시 단순히 예쁜 캐릭터가 아니라 각자 개성이 뚜렷해서 신선하게 다가갔을 거라는 설명에도 공감이 갔다.
케데헌을 보면서 ‘와, 한국적인 게 이렇게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구나’ 싶었다. 드라마나 예능만 보던 넷플릭스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새롭고 세련되게 표현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앞으로 또 어떤 작품들이 글로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케데헌 2도 제작 확정되었으면 좋겠다. 케데헌이 너무 성공해서 나올 것 같지만!
PS. OST 중 Golden도 좋지만, Your Idol이 나의 최애다. 여러분은 어떤 곡을 자주 들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