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미용실잘하는 곳없나요?
나에게는 전속 헤어디자이너가 있다. 있었다.
15년째 한 사람이 나의 머리를 잘랐다. 그가 미용실을 옮길 때마다 따라다녔고 , 홍대입구에 조그만 1인 미용실을 오픈하였다. 그곳은 나의 전속 미용실이 되었다. 성격상 옆머리가 살짝만 길어도 그를 만나러 갔다. 통상 2주에 한번 혹은 3주에 한번... 이렇게 자주 그의 손길을 느낀 나의 머리카락은 그에게 길들여졌다.
결혼할 때쯤 이사를 하였다. 홍대미용실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으로....
하지만 나의 머리카락은 왕복 2시간이 걸려도 그를 원했다. 특히 토요일 강변북로는 엄청 밀렸다. 내 머리카락 속 몇 개의 새치는 내게 말한다. "차 그냥 돌려~ 강남에도 머리 잘하는 미용실 많아."
하지만 대다수 검정 머리카락은 말한다. "의리가 있지. 그리고 치글만큼 머리 잘 자르는 사람 못 만날 거야. 옮기는 순간 넌 후회할 거야."
결국 난 홍대미용실에 앉아있다. 힘들게 왔지만 나의 머리카락은 웃는다.
아들이 태어났다. 아들의 머리카락도 자란다. 아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우리는 홍대미용실로 간다. 차 안에서 가만있지 않는 아들을 위해 낮잠시간에 맞춰 시동을 켠다. 혹시 낮잠을 안 잔다면?.... 아이고... 이건.. 뭐... 그냥... 아오....... 으윽.....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오랜 시간 걸려서 왔지만 내 머리카락도 아내의 머리카락도 그의 날렵한 손놀림에 웃는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우리에겐 한 사람 머리 자르기가 남았다. 오늘의 최대 미션. 바로 나의 아들 머리 자르기.
예상대로 미용실이라고 얌전할 리가 없다. 나의 아들과 함께 라면 세상에 쉬운 일은 아직까지는 없다. 역시 가만히 있지 않는다. 태블릿 pc 나 휴대폰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면 쉽게 머리를 자를 수 있을 거란 말에 잠시 흔들렸다.
"머리카락 때문에 집에서도 안 보여주는 전자기기를 보여줄 수 없어요"
"그럼 계속 길러서 청학동 서당으로 보낼까?" 순간 분위기를 바로 눈치채고 곧바로 깨갱했다.
결국 내가 아들을 안고 자르기로 결정했다. 앉히기는 했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나 머리 자르기 싫어. 머리 자르기 싫단 말이야. 나 머리 안 자를 거야. 청학동 갈 거야~~~"
머리 자르기 싫다고 바리깡이 올 때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소리 지르고.... 아기 몸을 잡고 있는 나의 팔에 근육이 올라오고 있다. 이래서 휘트니스 클럽이 필요 없다.
아기 엄마는 그를 달래기 위해 책을 보여주며 책을 큰 소리로 읽는다. 그리고 아기 입속에 그가 좋아하는 요구르트 과자를 하나씩 넣어주며 달랜다. 어느 순간 그가 책에 집중했는지, 과자에 집중했는지 모르는 그 순간.... 바리깡은 그의 머리를 윙 소리를 내며 자르고 있다. 아직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최대 고비가 남아있다. 바로 머리 감기다. 내가 안아서 머리 감는 세면대에 그를 눕힌다. 그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일어난다. 발버둥 친다.
"난 머리 감기 싫단 말이야." "나 머리 안 감을 거야..." "내려줘~~~~"
"수현아~머리 안 감으면 까끌까끌 하단 말이야. 감아야 해"
"나 까끌까끌할 거야. 아빠 나 머리 안 감고 까끌까끌 할 거야~~~"
몇 번을 도망가는 그를 잡아서 들고 발버둥 치는 그를 겨우겨우 눕혀서 겨우 머리 감기기 성공...
우리는 지쳤다. 나도 아기 엄마도 헤어디자이너도......
나의 아들은 요구르트 과자를 해맑게 먹고 있다. 그리고 거울 속 달라진 자신의 헤어를 보며 씩~ 웃는다.
아들도 아들의 머리카락도 그에게 길들여졌다.
그런데........ 그가 떠났다......................................................... < 2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