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온라인에 1년 넘게 글을 쓰지 못한 때가 있었다. 내가 쓰는 글 하나하나가 자신이 없고, 소위 말하는 악플이 두렵기도 했다. 그런 힘겨운 시간을 넘어 다시 온라인에 글을 쓰지 시작했고, 누군가 글이 재밌으니 책을 한번 내보라는 이야기에 원고를 쓰면서 작가지망생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2019년부터 5년 동안 매년 한 종의 책을 내게 되었다.
책을 내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닫기도 한 거고, 주변의 글 쓰는 사람들에게 가끔 하는 말이 있으니 책을 쓰는 일은 마치 몸에 문신을 새기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이다. 책에 쓰인 글은 온라인에 쓰는 글이나 전자책과 달리 한번 쓰이면 쉽게 고칠 수 없다. 책이 아주 잘 팔려서 짧은 시간 안에 증쇄를 하지 않는 이상, 책에 써놓은 그 수많은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세상에 남아있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도 책을 만드는 편집자도 오탈자 하나를 찾기 위해 몇 번이고 원고를 다시 들춰보기도 하는 것일 테고.
가끔 온라인에서 댓글 등으로 논쟁을 벌이고 할 때면, 자신의 유불리 상황에 따라 글을 지우거나 고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종이책이 아니니 손바닥 뒤집듯 쉽게 고치고 쉽게 지우는 것이다. 오프라인으로 따지면 한순간에 말을 바꾸는 셈이랄까. 이게 온라인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는지, 500자 글쓰기 플랫폼인 스레드에서는 글을 게시하고 5분이 지나면 수정을 못하도록 설정이 되어 있다. 간접적으로 책쓰기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랄까. 수정 불가한 5분의 시간이 지나서도 내가 견딜 수 없는 오류가 보인다면 고쳐쓰기 할 수 없고 그대로 두든지, 지워야 한다.
다시 앞문단으로 넘어가 가끔 온라인에서 논쟁을 하다 보면 글을 고치는 사람들을 본다. 나는 맞춤법 등의 오탈자가 아닌 이상은 제대로 된 논쟁을 위해 틀린 글을 그대로 두는 것을 선호한다. 누군가 유불리에 따라 글을 고친다면, 물줄기를 타고 흐르던 논쟁은 길을 잃고 산으로 갈 수도 있을 테니까.
최근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실체가 없었던 일을 언급하며 글을 쓰길래 물었더니, 댓글을 지우고 차단을 하고는 글을 고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종이책을 내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이었다. 종이책을 쓰는 일은 문신을 새기는 것과 같아서 누군가 틀렸음을 지적했을 때는 고칠 수도 없을 텐데. 온라인에서 그렇게 가벼운 글쓰기 습관을 가진 사람이, 제대로 된 종이책을 쓸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