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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ug 01. 2024

작가란 무엇인가




온라인에서 오랜 시간 글을 써왔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본 적이 거의 없다. 누군가와 투닥거릴 일이 있으면 일대일로 맞다이를 뜨던가 했지, 심하게 몰매를 맞으면서 다구리 당한 적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얼마 전 스레드를 하면서 원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누군가는 나를 저격하며 쌍욕을 퍼붓기도 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이 논란의 발생과정을 이야기하려면 내가 스레드에서 어떤 글을 썼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스레드를 하면서 누군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을 두고 '등단'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았다. 나는 그 글을 읽고서는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쓰게 것을 '등단'이라고 말하는 게 조금 이상하다고 글을 쓴 일이 있다. 더불어 문예지에 글을 실으면 원고료를 주어야 마땅함에도 오히려 등단비를 요구하는 문예지도 이상하다고 같이 비판한 적이 있다.









작년엔가, 브런치에서 라이킷빌런 하나를 알게 되었다. 글을 올리는 족족 라이킷을 눌러대는 사람이었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내야 하는 문예지를 통해 등단을 했다면서 스스로 '수필가'라고 부르는 사람이었다. 수필가라는 사람이 남의 글은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눌러대는 게 재밌어서 그를 한번 비판하였더니, 누군가 그를 변호하고 나선 일이 있다. 그 역시 돈을 주고 문예지에 글을 올린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나에게 

'SKY대학을 다니는 학생은 대학생이고, 그 외는 대학생이 아니란 말인가? 아니 in서울까지는 대학생으로 봐줄 건가?

상금을 1천만원 이상 받는 곳을 통해 등단을 하면 작가이고 그렇지 않으면 작가가 아닌가? 그 기준이 5백만원인가? 1백만원인가? 아니 50만원인가? 1만원만 받아도 되나?

신춘문예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지 다르고 지방지 다르다. 출판사도 마찬가지이다. 대형 메이저 출판사 다르고 소형 마이너 출판사 다르다. 도대체 어디를 통하면 작가라는 타이틀을 써도 되는가?' 

하고 물었다.


그때 나는 그의 비유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상금을 주는 문예지와 등단비를 요구하는 문예지는 SKY와 지방대에 비유할 것이 아니라,

은행원과 사채업자 정도로 비유하는 게 옳다고 말한 것이다. 똑같이 돈을 빌려준다고 해서 모두가 은행원은 아닐 테니까. 결국 라이킷빌런 옹호글을 쓰며 나를 저격했던 이는 나에게 오해를 했다며 사과를 하고 글을 지우고는 사라졌다.


나는 이때의 일 또한 스레드에 글을 쓴 적이 있다.





결국 내가 스레드에 쓴 두 글의 요지는 이랬다.


1. 브런치에 글 쓰는 것을 두고 등단이라고 표현하는 건 이상하다.

2. 상금을 주는 문예지와 돈을 요구하는 문예지는 비유하자면 은행원과 사채업자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러자 스레드에서 이 두 가지 글이 혼재되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경이라는 인간이 '신춘문예 등단자만 작가다!' 하는 이야기를 했다며 내가 작가 자격에 대해 갈라치기를 했다는 말이 퍼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오해가 일어난 이유에는 '사채업자'라는 단어가 주는 자극성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내 글을 오독한 몇몇은, 그럼 신춘문예 등단자가 아닌 사람들은 사채업자라는 이야기이냐? 하고 따지기도 했으니까.


비유적 표현으로,

A는 B가 아니다. C는 D가 아니다고 해서

A가 C고 B가 D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나 자신 부터가 신춘문예 등단자가 아닐뿐더러, 나는 글 어디에서도 "신춘문예를 통한 사람만이 작가다."라는 글을 쓴 적이 없다. 애초에 나는 나를 소개할 때도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혹여나 오독할 사람이 있을까봐 이미 스레드 글 본문 말미에 써놓지 않았나. "혹여나 신춘문예 등단자만 작가라는 얘기냐, 묻는 분이 계시다면...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아..." 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글이 그러하듯 오독과 오해는 자연스레 일어난다. 과정에서 몇몇 분들이 나를 저격하며 욕을 해댔다. 개인으로서는 치욕스러운 일이었지만, 나는 차라리 대놓고 나에게 욕을 하며 차단을 걸지 않은 사람에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니까. 나는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항변하며,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고 처음에 나를 욕하던 그들은 스스로 오독하고 급발진하였음을 인정하며 나에게 사과했다.


그러니까 며칠간 스레드에서 일어난 "신춘문예 출신 만이 작가다" 하는 논란은 실체가 없는 오독이 빚어낸 사건이었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이 되는가 싶었지만, 가끔씩 뒤늦게 뒷북을 치는 이들이 생긴다. 누군가는 '신춘문예'라는 해시태그까지 걸어가며, 스레드에서 누가 이런 말을 했었다는데, 하고서 꺼진 논란의 불을 다시 지피기도 한다. 나는 필요에 따라 항변하거나, 무시한다.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사람들이 글을 잘못 읽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해주기도 하니까.



그러다가 어제는 브런치에서 이 실체가 없는 논란에 대해 언급한 누군가의 글을 보았다. 소설가가 꿈이라는 사람의 글이었다. 글의 내용은 이랬다. 최근 SNS에서 작가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해야 작가, 나머지는 모두 가짜라는 취지의 글이 여러 사람의 분노를 샀던 일이라고.

글 속에 내 이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분명 논란의 중심에 내가 있었던, 나를 가리키는 글로 보였다.


뒷북과 확대 재생산이 다시금 벌어지는 모습에 나는 댓글을 달았고, 그는 무슨 영문인지 나에게 사과를 했다. 글을 쓴 사람은 댓글을 통해 논쟁의 시발이 되었던 글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논쟁에 대한 자기 생각을 올린 글을 보았다고 말했다. 본문에선 분명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해야 작가, 나머지는 모두 가짜라는 취지의 글'이라는 내용도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그에게 댓글을 하나 달았고, 자고 일어났더니 나는 그에게서 차단을 당해 있었다.



작가란 무엇인가... 글쎄. 소설가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이뤄질지 모르겠다. 세상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혼자 상상하며 써대는 능력을 발휘했으니까. 다만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실체가 없던 일을 끄집어내며, 앞뒤가 맞지 않는 글에 대한 질문과 비판에 쉽게도 차단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좋은 작가'의 모습은 영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퍼다나르며, 아님말고 식의 행동을 하는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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