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 자체를 안 좋아하는데, 만약 선한 영향력이라는 게 있다면 악한 영향력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베르테르 효과 같은 걸 일으킨다면 그때는 악한 영향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람 여럿이서 자신의 우울을 소개하고 싶다며, 우울증과 관련된 공저책을 내고서는, 책을 쓴 몇몇이 돌아가면서 우울하네, 죽고 싶네, 살기 싫네, 하는 글을 SNS에 꾸준히 올리는데... 보고 있으면 멀쩡한 사람도 우울해질 것 같다.
그들에게 책을 낸 의미는 과연 무얼까? 내가 이렇게나 우울하다, 나의 우울을 알아달라? 그중 누군가는 그냥 공저책 내고 네이버에 작가 인물 등록하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의도는 그렇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일이 무척이나 악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처럼 보인다.
우울증 공저책을 낸 의도는, 같은 병을 앓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서였을 텐데, 오히려 트리거 역할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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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공저책을 쓴 누군가는 책에다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다, 우울증은 감기처럼 가벼운 병이 아니다, 라는 글을 썼는데... 전형적인 내 몸만 중요하다, 내가 겪는 일만 중대하다 생각하는 이가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우울증을 가리켜 ‘마음의 감기’라고 쓰는 것에는 병의 중증도에 대한 비유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감기처럼 누구라도 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비유로 쓰였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보편적인 해석 아닐까?
또한 체력이 약한 노인에게는 우울증보다 감기가 훨씬 위험할 수도 있는 거겠지? 이런 건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임에도, 그저 자신이 겪고 있다는 이유로 우울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고 병부심을 부리며, 자신의 안위만을 신경 쓰면서, 책이 나오기도 전에 네이버에 작가 인물 등록을 신경 쓰는 이라면 그냥 글을 쓰지 않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나만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무슨 작가라는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