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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by 이경


글 쓰면서 경계하는 것들.


자의식 과잉.

망상과 허튼 기대.


글 쓰다가 스멀스멀 피어오를까 봐 정신 차리고 싹둑싹둑 싹을 잘라낸다.

뿌리까지 뽑아버릴 수 있다면 좋으려만.


낮에만 글을 써서 참 다행이지.

밤에도 글을 썼다면 봐주기 어려웠을 거야.


어제는 달콤한 꿈을 꾸고 싶어서 해바라기씨 초콜렛을 입에 털어 넣고 눈을 감았다.

달콤한 꿈 따위 꾸지 않았지만.


-


쓰고 있는 글의 에필로그를 썼는데 A4 두장 반 나오더라.

야, 너 이 새끼 할 말 많았구나.

근데 좀 오바하는 거 같애.

이렇게 쓰면 누가 좋아해 줄까.


낮에 쓴 글인데도 이러면 어떡해.

또 싹을 잘라야지, 싶은 거지.


요즘 머쉬베놈 음악 좋더만.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일까." 하는 가사.

나는 가사 바꿔서 부르고 싶더라.

"왜 이리 우울한 것이냐, 왜 이리 우울한 것일까."


다시 또, 경계해야 하는 거지.

글 쓰려면.


썼던 에필로그 두장 반을 휴지통에 버릴 수 있을까.

내가 쓴 글이 좋은지, 아닌지.

감이 오질 않네.


썼다가 지우는 글이 점점 많아진다.

조금은 멍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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