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책을 내기 위해서 나에겐 수많은 우연의 순간들이 더해졌던 거 같다. 그 첫 번째 우연은 한 출판사 편집자의 권유였다. 출판사에 투고하면서 한 편집자는 내게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알려주었고, 이곳에 글을 써볼 것을 제안했다. 별다른 블로그 등의 활동을 하지 않던 나로서는 글쓰기 플랫폼이란 것에 호기심이 일었고 자연스레 브런치에 흘러들어올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이런저런 우연들이 더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평소 재밌게 읽었던 배지영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데뷔작 소설을 내게 되었으니까. 내가 배지영 작가의 계정을 구독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배지영 작가가 내 계정을 구독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니까 내가 데뷔작으로 발표한 소설 <작가님? 작가님!>은 작가 지망생이던 나와 출간 작가였던 배지영 작가 사이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메타 소설 형식으로 푼 글이었다. 작가 지망생이 출판사에 투고하고 무수히 실패하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출판사 편집자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그리하여 배지영 작가님과 랜선 친구가 되지 못하였다면, 내 글쓰기 인생은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틀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순간들이 지금에 와서는 인연이나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브런치가 참 고맙다. 글 쓰기 좋은 플랫폼이라는 생각도 든다. 매년 출간 공모전도 열리니 나와 같은 작가 지망생들에겐 이런저런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기도 하고, 브런치에 글 쓰면서 조금은 글 쓰는 재미가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 하여도 나에게 브런치가 마냥 좋은 곳만은 아니었다. 여러 작가들의 글이 브런치며, 다음이며, 카카오며 메인 화면에 떠서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할 때도 내 글은 어째서인지 단 한 번도 메인에 오른 적이 없다. 사진이 별 볼일 없어서 그런가? 그게 좀 서러웠나 보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한 출판사 편집자와 미팅을 하면서 이렇게 호소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제 글은 브런치랑은 안 맞나 봐요. 메인에 오른 적도 한 번도 없고요. 구독자 수도 정말 없거든요.
책도 한 권 내고, 브런치에 글을 쓴 지 2년이 넘었건만 구독자 수는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물론 내 글을 구독해 주시는 한 분 한 분에게 모두 감사하지만, 많지 않은 구독자 수에 이곳에 계속 글을 써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으니까.
며칠 전 브런치로부터 메일 하나가 왔다. 뭐 약관 변경이나 정보 제공 동의 어쩌고 하는 그런 메일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메일 제목에는 '새로운 제안'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브런치를 통해서 온 메일은 다름 아닌 한 출판사의 출간 제안 메일이었다.
아니, 편집자님. 저는 브런치 구독자 수가 겨우 50여 명에 불과한 무명의 글쟁이인데 대체 무얼 믿으시고.
편집자는 자신의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의 링크와 함께 출간 제안을 이야기해왔다. 그가 링크를 걸어준 책은 마침 최근 내가 재밌게 읽은 에세이였기에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그 책을 보면서 편집이나 디자인 등 책 만듦새가 꽤나 괜찮았기에 호기심이 일었던 출판사였는데, 그 출판사의 편집자에게서 메일이 왔으니 놀라울 수밖에.
책 하나를 내고, 두세 번째 책 계약을 모두 마친 상태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네 번째 책은 어떤 주제로 써야 할까 고민하던 순간에 출간 제안 메일이 와서 반갑다. 제안을 준 편집자와는 문자와 메일을 몇 차례 주고받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늘어나지 않는 구독자 수와 메인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점에서 브런치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브런치를 통해 이런 제안을 받으니 그동안의 설움이 씻겨 내려갈 것 같다. 브런치를 통한 제안이 좋은 결과로 이뤄지면 좋겠다. 나에겐 훗날 인연이라고 부를 만한 새로운 우연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출판사의 기획자와 편집자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라는 분들이 블로그나 브런치에서 저자 섭외를 많이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처럼 구독자수가 많지 않은 사람까지 살펴보는구나, 싶어 나는 문득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꼭 파워블로거가 아니더라도, 수만의 구독자를 가진 브런치 작가가 아니더라도, 기회가 생기는구나 싶어서 조금은 더 힘내서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겐 애증의 플랫폼 브런치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쓰지 않을 때와 달리 글을 쓰고 나면 어떠한 일이 생겨날지 모른다. 브런치에게 조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