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늠 -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려 봄.
출판사에 글을 보낼 때 기획서에 몇몇 항목을 쓰는데 거기에는 저자가 예상 판매 부수를 적기도 한다. 근데 이 항목만 보고도 편집자는 저자의 정신 상태가 어떠한지 판단할 듯하다. 정상인인지, 미친 사람인지.
그러니까 예상 판매량에 말도 안 되게 터무니없는 숫자를 적어놓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령 '군인'의 이야기를 쓴 저자가 예상 판매량으로 한국 군인 수만큼의 숫자를 적어 놓는다던가. 육아서를 쓴 누군가가 한국의 엄마, 아빠들 숫자만큼 예상 판매량을 적어놓는 식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금 아찔함을 느꼈는데, 이건 자신감이라기보다는 분명 현실감각 없음, 이라고 봐야 되겠지. 트위터 출판사 대나무숲에서는 첫 책을 준비하는 저자가 인세*100만 부 계산해보는 광경을 본 편집자도 있다고. 으하하하.
팔로워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책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팔로워들 대부분 책을 사줄 거라고 착각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출판사에서는 보통 팔로워의 5% 정도가 구매할 것이라고 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인스타그램 기준 팔로워가 290명... 아 초라하니까 반올림해서 300명으로 칩시다. 5%라면 15권 정도입니까!! 팔로워분들 중에 분명 15분은 책을 사주실 거라 믿지만, 암튼 간에 책의 판매량을 누가 정확히 예상할 수 있을까.
그래서 출판사에서는 예상 판매량을 적을 때 독자 타깃이 세밀할수록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뭐 모르겠다. 나는 투고할 때 예상 판매부수를 안 쓰고 보내는 편인데, 역시나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의 담당 편집자도 출간 전에는 예상 판매 부수로 몇 천부 예상했다지? 책은 정말 알 수 없다.
요즘은 워낙 책이 안 팔리니까 한 1인 출판사는 천 부 정도만 팔릴 것 같아도 원고를 계약한다는 얘기를 했고, 천 부 팔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고 얘기한 편집자도 보았다.
두 번째 책 얼추 마무리하고 담당 편집자 분에게 "반응이 어떨지 가늠이 안 되네영~" 했더니, 담당 편집자님 말씀하시길. "저 역시 가늠이 잘 안 됩니다."라고. 으하하하하하하.
출판사나 편집자 분들은 분명 목표하거나 예상하는 판매량이 있을 텐데, 물론 그걸 저자에게 그대로 공유하는 경우는 많이 없을 테고, 또 예상이 들어맞는 경우도 많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내 두 번째 책은 가늠이 안 되는 책이 맞는 거 같다. 같이 작업한 담당 편집자 분은 꽤 오랜 시간 책을 만드는 일을 하셨는데, 그런 분이 가늠이 안 된다고 하시니, 역시 좀처럼 가늠이 안 되는 그런 글을 썼고 책을 준비한다... 뭐 이런 상황입니다.
비 오는 월요일, 원고는 제 손에서 이제 완전히 떠났고 인쇄 데이터 파일이 최종 ok 되었다고 합니다. 책 제작에 들어간다는 이야기.
좀처럼 가늠이 안 되는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