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만담

너무 많은 책

by 이경


거의 매일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오늘은 어떤 신간이 나왔나 본다. 모든 장르의 책을 보진 못하고, 주로 소설이나 에세이 정도.


2018년 1년 동안 출간된 종수가 6만 종 정도라고 하니 하루에 150권 정도의 책이 쏟아지는 셈. 이렇게 쏟아지는 책 사이에서 내가 쓴 책이 서점 신간 매대에 한 달 넘게 누워있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싶어, 새삼 많은 분들에게 고맙기도 하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출판사와 책을 내려는 사람들은 많아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돼버린 지 오래. 흔히 개나 소나 책을 내는 시대라고들 하는데, 나 같은 인간도 책을 내려고 발버둥 치니 아예 틀려먹은 말은 아닌 거 같지만, 그럼에도 책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책 하나 출판사와 계약하면 보통 3년에서 5년 계약하는데, 3년이나 5년 후에도 내 책이 팔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문득문득 든다.


소설 <작가님? 작가님!>을 교정 볼 때 담당 편집자님은 단어 하나를 두고 바꿀 것을 제안해주셨다. 초고에서는 '꿀벅지'라고 쓴 단어였는데, 사전에 등재된 '허벅지'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편집자님은 "작가님 글은 10년 후에도 읽힐 수 있는 글이니까, 시대 유행어보다는 사전에 나오는 단어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해주셨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겠으나, 대략 이런 의미로 제안해주셔서, 나는 망설임 없이 단어를 바꾸었다.


쫄보 글쟁이는 3년 5년 후에도 내 책이 읽힐 것인가 잔뜩 쫄아있었는데, 편집자님은 10년 후를 얘기하시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책을 내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어도 좋겠고, 스테디셀러가 되어도 좋겠지만, 가장 우선으로 두는 목표는 2쇄를 찍는 거다.


글쟁이와 편집자는 여러모로 참 묘한 관계다. 출간 계약서에서 글쟁이는 '갑'이고 출판사는 '을'로 되어있으나, 책이 잘 안 팔리면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해하고, 송구해하는 사이. 갑이 다 무어고, 을이 다 무어냐. 우리는 2인 3각 같은 관계. 책이 팔리면 서로가 좋고, 안 팔리면 서로가 마음 아파하는 그런.


데뷔작 소설 <작가님? 작가님!>이 출간될 때는 코로나도 없었고, 그 덕인지 출간하고 얼마 안돼 2쇄를 찍었다. 신간 에세이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는 <작가님? 작가님!>보다 조금 더 많이 찍긴 했지만, 2쇄를 빨리 찍고 싶다.


요즘 가장 기다리는 소식이라면, 출판사에서 "어이, 작가 양반 2쇄 들어갈 거니까 수정 사항 알려달라구" 하는 메일이다. 빌어먹을 오탈자도 좀 고쳐야겠고, 일단 2쇄를 찍어야 10년 후에도 내 글이 읽히길 바라는 담당 편집자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할 것 같다.


어제는 지하철을 탔더니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책이 안 팔리는 시대라지만, 사람들은 무언가를 읽고 보고 있기는 하다. 그게 핸드폰이 아니라 책이라면 좋으련만. 특히 내 책이라면 좋으련만.


요즘은 꿈에서도 불러봅니다. 2쇄.. 2쇄..


아아, 2쇄애애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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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글 쓰는데 자꾸 저도 몰래 유머를 칠려고 해서 이것 참 곤란하군요.

진지한 분위기 끌어올리고 있었는데..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의 후유증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어쨌거나 세상에 너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2쇄를 찍고 싶다, 뭐 이런 얘기였습니다. 2쇄를 찍어야 3년 후에도 읽히고 5년, 10년 후에도 읽히지 않겠는가..


만담은 무슨,

결국 또 책 홍보글.


흑.



골프입체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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