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만담

책 어디 갔니, 어디 갔어

by 이경


아, 그러니까 지난 8월 마지막 날의 일입니다. 말일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와 귀찮음을 안겨주는 날이 아니겠습니까. 각종 공과금에 이런저런 마무리를 해야 하는 날. 일개 직장인인 저도 말일이 되면, 일도 힘들고, 까딱하면 점심도 굶기 일쑤. 뭐 암튼 말일이라는 것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닙니다.


월말, 머리가 아파서 회사 근처 서점에 마실이나 잠깐 다녀오자 해서 가보았습니다. 도서 검색 콤푸타에다가 제 책 제목을 타이핑 해보았지요. 힘..빼..고...스..윙..스..윙..랄..랄..라..

재고가 다섯 권이 나오는군요. 에세이 신간 매대에 가보니 두 권이 있습니다. 아이고 잘 누워있네. 예쁘게 누워있네, 한번 쓰담쓰담 해줬습니다. 나머지 책은 어디 있나 보았더니 서가에 한 권이 서있더만요. 아, 그래 너는 서있구나, 너는 좀 외로워 보이네. 그래도 뭐 이렇게 서있는 것이 건강에는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 잘 한번 서있어 봐라, 하고 역시나 한번 쓰다듬어 주고 왔습니다.


자, 이제 산수 시간입니다. 재고는 분명 다섯 권인데, 신간 매대에 두권, 서가에 한 권. 5-2-1 이니까. 책 두 권이 더 있어야 마땅한데, 당최 안 보입니다. 내 책 어디 갔니, 어디 갔어. 누가 훔쳐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어디 갔어 내 책. 그때부터 내 책 찾아 삼만리. 여기저기 뒤져봐도 책이 안 보입니다 그려.


허허, 이게이게 책에 발이라도 달렸나,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세상에 나온 지 이제 겨우 한 달된 녀석이 세상 겁도 없이 어디를 돌아다니는 건가, 하며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에, 이제 에세이 신간 매대 옆에 붙은 수필 베스트셀러 코너를 보았는데요.


반디앤루니스 신영증권점


수필 베스트 7위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어머, 그렇게 찾아 헤매던 책 두 권이 여기 서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띠요옹. 베셀 7위라니. 아래로는 김영하 작가가 있고 위로는 김이나 작사가가 있네요. 아, 그래 김영하나 김이나나 베셀 작가, 유명 작가인 것은 알겠는데.

내 책. 내 책 너는 왜 거기 있냐? 어째서 거기 있냐?


책 하나는 심지어 비닐에 싸여있습니다. 책 두권 냈지만 비닐 씌어진 거는 첨 보는군요. 허허허. 아 그러니까 이곳은 반디앤루니스 신영증권점인데,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책방입니다. 제가 여의도에 위치한 윤중 초등학교, 윤중 중학교, 여의도 고등학교를 나와서 소위 여의도가 제 나와바리가 맞긴 합니다만, 그래서 지인들이 여의도에 좀 있긴 합니다만, 아니 그래도 그렇지. 네가 어째서 거기 서있냐?


제가 알기로는 책이 막 엄청 심하게 팔리진 않았을 텐데 에세이 7위라니, 아 요즘엔 코로나다 뭐다 해서 정말 책이 안 팔리나 보다 하는 마음과 함께, 아 그래도 베셀 7위라니 이것 참 기분 좋구나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반디 서점은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기에 9시까지 단축 영업을 한다고 합디다. 안 그래도 사람 많이 없는 서점이 더욱 휑하여, 이렇게 베셀 7위에 올라봤자 책 사보는 사람도 없을 것 같고, 기쁘면서도 씁쓸하고 오만가지 감정이 다 드네요.


그래도 나름 나와바리 서점이라 그런가 배신은 않는구나, 싶기도 하고. 외치고 싶습니다. 이보세요들, 여의도 섬나라 주민들, 여의도에서 학창을 보낸 저놈이 쓴 책이 글쎄 에세이 베셀 7위에 올랐습니다. 보이십니까. 보이세요? 묻고 물어도, 들리는 답은 없습니다. 서점엔 사람이 없어요.


서점은 뭐 원래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없는 곳.


만담은 무슨 얼어 죽을 만담이랍니까, 그냥 베스트셀러에 올라서 은근 자랑질하려고 쓰는 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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