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내고는 온라인 서점 판매지수의 노예가 되었다. 첫 번째 책 <작가님? 작가님!>을 내고는 좀 심했다. 시간만 나면 인터넷 검색창에 필명과 도서명을 넣어 확인했으니까. 이런 노예생활을 청산한 것은 두 번째 책을 내고 나서부터다. 두 번째 책을 내고 나서는 첫 번째 책은 좀 덜 검색한다. 대신 두 번째 책의 판매지수를 확인하는 노예가 되었다. 허구한 날 산 정상으로 돌을 굴려 올려야만 했던 시시포스가 된 기분이다.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첫 번째 책 <작가님? 작가님!>을 검색해보았다. 오, 블로그도 카페도 아닌 뉴스란에 내 책 이야기가 있었다. 신간 소개도 아닐 텐데, 무슨 일일까 싶어 기사를 보았더니 군산에 계시는 김준정 선생님이 글을 쓰고 투고하는 과정에서 <작가님? 작가님!>을 언급해주셨다. 시민기자 시스템을 사용하는 오마이뉴스 기사였다.
책을 보시고는 눈물이 났다고.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고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인데, 그게 '눈물'이라면 마음은 더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다.
음. 뭐. 그렇다.
<작가님? 작가님!>을 내면서 작가 지망생, 특히 나처럼 출판사 투고하는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분들이 얼마나 읽어보셨을지는 모르겠다. <작가님? 작가님!>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실패담'이고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들이 실패한다는 점에서 분명 공감의 지점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준정 선생님이 기사에서 책을 언급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책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렸다고 생각하니 내가 더 고마운 마음이다.
어제 오후에는 인스타그램에서 DM(다이렉트 메세지)을 받았다.
글 쓰면서 딱히 유명세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무명 글쟁이로 좀 서러웠던 일을 겪어서 두 번째 책에는 책날개에 인스타그램 주소를 적었다. 책을 보고서 혹시 이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 싶어서 들어오시는 분들 있을랑가, 그렇게 팔로워 호객 행위를 하다 보면 나는 좀 덜 무명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싶어서.
DM이 온 걸 보고는 이제, 무슨 내용일까, 부업 재택근무일까, 쭉쭉빵빵 여대생 항시 대기일까, 사모님 상대 긴 밤일까, 뉴스킨 일까 궁금했는데.
"이경 작가님 책 재밌게 읽었습니다" 하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메세지였다.
그래도 나는 방심하지 않고, 책은 훼이크일지도 모른다, 용건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다음 메세지로는 책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사진이 올라왔다.
오! 책 사진 인증.
그때도 나는, 책 사진은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의심을 하며 용건이 무엇일까 궁금해했는데. (DM에 의심 많은 타입임 -.-)
결론은, "책을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라는 메세지였다.
아...
DM 주신 분의 자세한 상황을 얘기하긴 어렵지만 여러모로 나와 비슷한 처지에 계셨던 분인 거 같다.
책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고. 책 써주어서 감사하다고.
메세지를 보고는 대수롭지 않은 듯, 저야말로 책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 이런 서평이나 메세지를 받게 되면, 음.. 특히 어제 받은 메세지는 특히나 좀 울컥했달까. 글이라는 게, 책이라는 게 참 묘하고 독특한 게 보는 이에 따라서 많이 다르게 읽힐 수 있는 매체니까.
이렇게 공감 많이 해주시고.. 특히 글 쓰는 인간에게 책을 내주어서 감사하다는 얘길 해주시면... 음, 마음이 되게 좋으면서도 되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SNS, 특히 인스타그램에서는 대체로 주접을 떨며 글을 쓰지만, 나는 사실 매우 진지한 축에 속하는 사람이다.
다른 작가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글 쓸 때 표정 없이 쓴다. 누구를 웃길 의도로 글을 쓰든 감동을 줄 의도로 글을 쓰든 무표정이다. 자기가 쓴 글을 보고 웃고, 우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싶은 게 내가 어떤 글을 쓸지 나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무표정으로 타이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내가 쓴 글을 보고서 표정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웃길 목적으로 쓴 글은 그렇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는 글이 있다. 두 번째 책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에서는 후반부의 한 꼭지가 그랬다. 아버지의 손에 관해 쓴 글이었고, 그 꼭지를 교정할 때는 좀 힘들게 원고를 봤던 기억이다.
아마 어제 DM을 주신 독자 분도 그 꼭지를 보시면서 마음이 동했던 게 아닐까 싶다. 한 전자책 사이트 한줄평에서 "왜 샀을까"라는 평까지 들은 나는, 어제 받은 DM으로 "왜 샀을까"라는 평에서 받은 데미지를 상쇄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최근 받은 DM 중에서 가장 고마운 메세지로 기억될 것.
웃든, 울듯. 내가 쓴 글을 보고서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 또 그러한 마음을 표현해주시는 한분 한분 덕에 조금 더 용기 내서 글을 쓸 수 있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