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교수님!

by 이경




인스타그램 DM이 왔다. 55세 아주머니라고 소개한 그는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를 샀는데, 공감이 많이 되었다면서, 책을 써주어 고맙다고 했다.


아, 그러시구나, 55세 아주머니께서 책을 읽고서 공감을 많이 하셨구나 싶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그분의 계정을 둘러보았더니 한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님이시다. 띠용.


나는 배움이 미천하고 가방끈이 짧은 편이라, 이게 항상 좀 뭐랄까. 콤플렉스랄까. 평소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작가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와 아무나의 행간을 읽어내는 게 중요한데.


그러니까 재산의 많고 적음, 배움의 유무, 나이, 성별 등은 글을 쓰는 데 아무런 방해 요소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나를 그 기준에 갖다 대면 나는 좀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정식으로 글을 배운 것은 아니라서, 이거 이렇게 근본 없이 글을 써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래서 이렇게 관련 업종의 배우신 분(?)들이 글 칭찬을 해주면 나는 몹시 기분이 좋은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게 자랑 글인지, 부끄럽다는 글인지 헷갈리실 텐데, 나도 지금 헷갈리는 중이니까 묻지 마시라.


사실 나에게 처음 책을 써보라고 했던 분도 대학 교수님이었다. 음악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었고, 광고업계 선배님이시기도 한데, 그냥 음악 얘기하고 놀면 옆집 아저씨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대학교수가 평소 내가 쓰는 글이 재밌으니 책을 한 번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나는 계획에 없던 작가 지망생이 되었던 것이다.


책 두 권을 내고 희한하게 <교수신문>이라는 매체에서는 두 권이 모두 소개되었다. 아니, 나는 알고 있는 교수도 거의 없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 궁금하지만 그냥 아, 내 글은 교수님들이 좋아할 만한 글인가 뭐 그렇게 내맘대로 해석을 한다. 아님 말고지 뭐.


그럼에도 배움이 미천하다는 콤플렉스는 수시로 발동한다. 얼마 전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이과, 문과 편이 재밌었다. 눈이 녹으면? 이라는 질문에 이과 선생님들은 "물이 되지요." 대답하고 문돌이들은 "봄이 오지요." 대답하는 걸 보면서, 아니 어쩜 이렇게 차이가 날 수가 있는가 싶었달까.


그렇게 이성적인 대답을 내놓는 이과 선생님들은 차치하고, 대학에서 국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한 사람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라도 나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문장이라는 게 주어랑 서술어 결합하면 하나 나오는 건데, 아니, 나처럼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우지 않은 사람도 이렇게 책을 내는 세상인걸 보면, 전공자들이 마음먹는다면 다들 책 한 권 뚝딱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글을 쓰는 데에는 문법 못지않게 감각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근본 없음에 좀 부끄러워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이렇게 관련 업종의 선생님들이 글 칭찬을 해주시면 아, 그래, 나는 배움은 미천하지만 그래도 글을 쓸 수 있다, 하는 자신감이 쑥쑥 자라난다. 물론 이게 어떤 독자는 우매하고, 어떤 독자는 훌륭하다는 구분을 짓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글쓴이보다 똑똑하다고 믿는다.


다만 내가 배움이 미천하다 보니, 업계 관련자들이 칭찬해주면 글 쓰는 데에는 도움이 많이 된다는 얘기다. 그 칭찬의 힘이 가장 큰 사람이 누군고 하면, 바로 출판 편집자. 대부분의 출판사 편집자들은 나보다 많이 배우고 오랜 시간 글을 읽어왔던 사람이라 나는 그들에게 항상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기도 하고. 그래서 자기 글을 쓰려는 편집자들을 보면, 나보다 잘 쓰지 않겠는가 싶기도 하고.


이 글이 자랑 글인지 나 부끄럽다 하는 글인지 결론을 내자면 둘 다다. 나는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장은 쓸 줄 안다는 자부심과, 그럼에도 많이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있다. 내가 아예 가방끈이 짧으면 이런 게 홍보의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조차도 애매하다. 이미 업계에서는 상고 출신의 은유 작가님과 중졸의 김동식 작가님이 계시지 않는가.


이런 자부심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갖는 게 글쓰기엔 적잖이 도움이 된다. 누가 그랬더라. 글쓰기는 긍정적인 마음과 가라앉는 자신감 사이에서 매일 같이 전투를 벌이는 거라고.


결국 이 글은 자랑 글도 나 부끄럽다 하는 글도 아닌 책 홍보 글로 마무리 지어야겠다.


국문학 교수님이 책 써주어 고맙다고 한 책.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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