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김현식과 출간 1년

by 이경



20대 초반, 지금은 구로디지털단지 역이라는 멋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는 구로공단에서 방위산업체로 일했다. 핸드폰을 제조하는 공장이었다. 매일 '수출의 다리'를 바라보며, 우리는 한국 산업의 일꾼이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여 나라 명성을 드높이자, 하는 사명감 따위는 개뿔 없었고, 이제나 저제나 시간이 흘러 소집해제일이나 빨리 왔으면 싶었지.


20대 젊은이들 몇 명이서 모여 저녁으로는 밥이며 술이며 회식도 자주 했는데, 11월 1일엔 유독 구로역 애경백화점 뒤쪽에 위치한 일식집을 찾곤 했다. 살얼음이 떠있는 소주병 안에 녹차 티백을 넣어서 내놓는 술집이었는데 술이 약한 나로서는 괜찮은 곳이었다.


가끔 찾는 곳이었지만, 11월 1일마다 그곳을 찾았던 이유는 일식집답지 않게 가게에서는 항상 故김현식의 음악이 흘렀기 때문이다. 나는 노땅 꼰대마냥 학창 시절에도 김현식이나 들국화, 조덕배 같은 내 윗세대 음악을 듣고 자랐지만, 사실 당시 내 또래에 김현식의 음악을 듣는 이는 많이 없었다.


일식집 사장님에게, "김현식 음악을 좋아하시나 봐요? 저도 좋아하는데." 던진 물음이 인연이 되어, 사장님은 내가 갈 때마다 말을 섞어주거나 이런저런 안주를 서비스 삼아 주셨다. 나 같아도 20대 초반의 새파랗게 어린애가 김현식 좋아한다고 나대면 그게 조금은 예뻐 보였겠다 싶다.


아, 그러니까 김현식의 음악이 흐르는 일식집을 왜 유독 11월 1일에 찾았는가 하면, 11월 1일은 김현식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유재하가 87년 11월 1일에 세상을 떠나고, 정확히 3년이 지나 같은 날 유재하와는 음악적 동료였던 김현식도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 11월 1일에는 구로역 애경백화점 뒤쪽에 위치한 일식집에 들러, "사장님, 김현식 노래 들으러 왔어요." 하면서 우리끼리 현식이 형의 기일을 새겼던 것이다. 방위산업체로 근무하던 그 시절 몇 년간 11월 1일을 그렇게 보냈다.


작년부터 11월 1일은 유재하, 김현식의 기일 외에 새롭게 기념하는 날이 되었으니, 다름 아닌 <작가님? 작가님!>의 출간일이다. 이제, 1년이라니. 체감으로는 3년은 된 것 같은데. <작가님? 작가님!>은 2018년도의 나를 박제한 소설이나 마찬가지라서, 지금도 간간히 내가 쓴 책을 들여다본다.

보고 있으면 퍽이나 우울한 이야기들인데, 또 그게 싫지는 않다. 출판사에서 판권 일을 11월 1일로 한다고 했을 때는 문득 떠올랐던 것이 김현식과 구로역의 그 일식집이었다. 그 사장님은 잘 지내시고 계시려나.


책은 생각만큼 잘 팔리지 않는 것 같다. 무명, 신인, 투고로 나온 책이 뭐 그리 많이 알려지겠냐마는. 글쟁이와 출판사가 계약을 하면 보통 3~5년인데, 이제 1년이 되었고, 앞으로는 책을 어찌 팔아야 할까 싶다. 책이란 응당 서점이나 독자들의 서가에 자리를 잡아야 할 텐데, 책이 너무 안 팔려서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출판사와 글쟁이가 계약을 하면 분명 글쟁이를 '갑'으로 두지만, 갑이라는 단어는 허울일 뿐, 글쟁이는 책을 내놓고 책이 팔리지 않으면 안절부절, 노심초사, 출판사엔 아이엠 쏘리다.

"아, 글쟁이 양반, 그쪽 책이 너무 안 팔려서 남은 계약 기간 해지하고 남아있는 책은 파쇄하기로 했습니다." 하는 끔찍한 상상을 가끔 한다.


달리 보면 이제 나온 지 겨우 1년 된 책이니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보다 책이 더 잘 나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도 품는다. 세상 떠난 지 30년이 되었어도, 김현식의 삶과 음악을 기리는 나 같은 인간도 있으니까, 이제 나온 지 1년 된 책도 앞으로 조금 더 알려질지 누가 알겠는가.


아무튼 <작가님? 작가님!> 11월 1일로 출간 1년이 됩니다. 며칠 앞서 기념해 봅니다.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배지영 작가님과 새움 출판사, 편집장님에게도 감사.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미리 감사드립니다. 언젠가는 읽어주시겠지요. 네?



작작표지.jpg 소설 <작가님? 작가님!>


김현식.jpg 故김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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