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일과 긴가민가

완전원고 인도일에...

by 이경


시월 말이다. 말일은 내일이지만, 내일은 토요일이라 오늘 얼추 말일의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 말일엔 으레 할 일이 많아서 보통 야근이다. 말일이 되면 출근길 와이프에게, "부인, 소인은 오늘 늦은 시간까지 노동을 해야 하오니 먼저 침소에 드시기 바랍니다." 하고 나온다.


시월 30일이 또 무슨 날인가 하면, 다음 책 완전원고 인도일이다. 출판 계약할 때 출판사에서, 너 글쟁이 이 생키 시월 30일까지는 출판 가능한 상태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줘야 한다규. 콜? 하고 날짜를 심어놓은 것이다.


근데 나는 완전원고를 한 달 전에 넘겼지롱.


일본에서 나오는 출판 편집자 관련 책을 보면 글쟁이가 글을 안 써서 글쟁이를 납치하여 협박하고 감금하고 글을 써라 글을! 하는 편집자도 있다고 하더라. 편집자들이 일 하면서 가장 괴로운 순간이 원고가 안 들어올 때라는 얘기도 많이 들어서, 아, 나는 마감의 요정이 될 것이야, 담당 편집자를 괴롭게 만들지 않을 테야! 하는 심정으로 누구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원고를 마무리하려는 편이다.


한 달 전에 마지막으로 원고를 고치고 그 후로 원고를 안 본 건 아니고, 편집 들어가서 더 고칠 게 있나 다시 확인하기도 하고, 때로는 목차를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한다. 목차를 보면서 이게이게 글의 흐름이 괜찮으려나 어쩌려나 고심하는 것인데, 보고 있으면, 흠 이 정도면 뭐 괜찮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순서를 바꿔보는 게 나으려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그러고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자주 긴가민가의 상태에 빠진다. 글이 재밌는 거 같은데... 하는 마음과 글이 재미없으려나... 하는 마음이 수시로 오가는 것이다. 앞서 낸 두 권의 책을 준비하면서는 이 긴가민가의 상태에 자주 빠졌다. 더구나 나는 글 쓰면서 합평 같은 걸 전연 하지 않으므로 글이 어떻게 보일지 알 수 없다. 이 알 수 없는 마음이 불안하여, 책을 준비하기 몇 년 전에는 한동안 온라인에도 글을 잘 못 쓰던 기간이 있었다.


다음에 나올 책은 긴가민가가 좀 덜한 편이다. 나름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의 마음이 조금은 앞서는 편인데, 거기에는 투고 후 출판사들의 반응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지금까지 출판사에 보냈던 원고 중에 가장 반응이 괜찮았던 원고여서 긴가민가보다는... 흠 이 정도면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마음인 것이다.


아무튼 오늘은 완전원고 인도일이고, 이 말인즉슨 본격적인 책 작업이 머지않다는 얘기.

조금은 덜 긴가민가한 원고를 째려보며, 두근두근하고 있다. 재미난 책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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