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 있는 출판사

by 이경



네이버의 출판 관련 카페에 가입해놓고, 현직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런저런 글을 본다. 개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대표의 글도 있는데, 한 번은 그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뼈대 있는 출판사는 (특정) 글쓰기 아카데미의 투고 원고는 바로 휴지통에 버린다."


꺄아. 멋있어. 박력 있어. 그가 말하는 특정 글쓰기 아카데미가 어디인지 알고 있어서 글을 읽는데 속이 시원했다. 무엇보다 그가 말한 '뼈대 있는 출판사'라는 단어가 재밌었다. 뼈대 있는 출판사란 무엇인가. 글쓴이라면 누구나 이 뼈대 있는 출판사와 한 번쯤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오늘은 다음에 나올 책 출판사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어느 출판사에서 책 나올지 아는 분도 계시고, 모르는 분도 계시는데, 에, 굉장히 뼈대 있는 출판사라는 생각이다.


책 판권 출판 등록일만 보더라도 1970년이다. 반백년의 역사가 흐르는. 아아 뼈대가 있다! 출판 등록일이 70년이다 뿐이지 실제로 초대 창업자가 출판사를 설립한 년도는 1955년인가, 전쟁통에 출판사를 차려서 사람들 공부시키고 뭐 했다는 거 같아서, 다시 생각해도, 아 뼈대가 있다... 싶은 것이다.


편집자님과 출판사 건물의 1층 커피숍에서 미팅을 하였는데, 출판사가 서울 한복판에 있기도 하고 건물 이름 자체가 출판사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나는 편집자님이 사주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아 역시 이곳은 건물도 있고 뼈대가 있구나, 싶었다.


투고하면서 종합출판사에도 글 던져보고, 에세이 전문 출판사에도 던져보고, 1인 출판사에도 던져보고 했는데 이렇게 뼈대 있는, 역사가 있는 출판사와 함께하게 되었다니, 가문의 영광이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출판사의 건물만 보고 덜컥 계약을 할 순 없는 노릇이고, 역사와 상관없이 회사가 튼튼한가 뭐 그런 것도 대충은 알아보는 편이다. 가령 사람인에 들어가서 회사 연매출을 알아본다거나, 전년 대비 흑자 적자 폭을 알아본다거나, 직원 복지에 대해 알아본다거나 뭐 그런 식이다. 내가 이렇게나 세속적이고 계산적이다.


이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게, 2년 전 한 1인 출판사에서 책 내자는 얘길 해서 계약을 할까 하다가 편집자가 내 글을 워낙 많이 고쳐서 때려치운 일이 있다. 근데 그분 나랑 미팅하고 5개월 후에 폐업했다. 1인 출판사 차려서 딱 1년 동안 승부를 보려 했던 거 같은데, 사업이 잘 안된 듯. 결국 그 출판사에서 마지막으로 책 낸 사람은 출간 세 달 만에 절판되었다.


내가 만약에 그 출판사에서 책 내고 5개월도 안돼서 출판사가 망하고 내 책이 절판의 운명에 놓이게 되었더라면, 나는 그의 멱살을 붙잡고,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


물론 회사가 망한 것은 유감입니다만, 그때 그 출판사와 함께 하지 않은 것이 내가 살면서 했던 선택 중에 가장 잘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본다. 내가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책이 불티같이 팔려서 망해가는 출판사를 살리는 기적 같은 일이 펼쳐질 수도 있었겠지만(망상입니다), 저자의 글을 자기 스타일대로 고친 편집자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1인 출판사, 장르 전문 출판사, 종합출판사 다 장단이 있겠으나 여하간 다음 책은 뼈대 있는 출판사다. 1955년에 설립한 출판사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책이 나왔겠는가. 부디 다음 책 나오면 뼈대 있는 출판사에 흠이 되지 않도록 출판사 뼈대에 탁 들러붙어서 아주 조그마한 살점이라도 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은 3월 출간 예정이다. 미팅 때 편집자님은 1월 출간을 목표로 하자고 하시면서, "1월은 출판사에서 미는 달입니다."라고 하셨다. 아니, 뼈대 있는 출판사에서 미천한 글쟁이를 밀어주시려 하다니, 대체 왜 그러신 거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하야 책은 1월에서 2월, 또 3월로 밀렸다.


정작 나는 안 밀리고, 출간 일정만 두어 달이 밀린 것이다. 이럴 때면 편집자님이 말씀하신 1월이 음력 1월이었는가 보다 하고 내 맘대로 해석하고 만다. 어쨌거나 책은 열심히 작업 중이고, 3월이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뼈대 있는 출판사를 등에 엎고 열심히 후반 작업을 해보겠습니다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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