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니은서점에 들러서
책을 내고 주말이면 종종 서점 투어를 다니곤 한다. 지난 주말 토요일에는 처가 근처인 부천 교보문고 등을 둘러보았고, 일요일에는 구파발 교보문고, 불광역 불광문고 등을 둘러보았다. 불광문고를 구경하고서는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연신내의 독립서점 <니은서점>에도 들렀다.
니은서점은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으로 알려졌는데, 큐레이션이 괜찮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책방지기가 도라에몽의 덕후인지 서점 곳곳에는 도라에몽 피규어가 자릴 잡고 있었다.
불광역과 연신내역 중간쯤 골목길에 들어서니 녹색 간판의 <니은서점>이 보였다. 서점 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그동안 언론 뉴스에서만 봐왔던 노명우 교수가 서점을 지키고 계셨다. 아아, 이것은 마치 연예인을 마주한 기분이랄까.
서점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았지만, 뭔가 따듯한 느낌이 나는 장소였다. 서점에는 나를 제외하곤 한 커플이 책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개중 여성분이 책방지기를 가리켜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나도 책방지기에게 뭐 좀 물어볼 게 있었는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마음이 되어, 아 이분을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교수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아죠씨라고 불러야 하나 미천한 내 전두엽에서는 이런저런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서점 한편에는 책방지기 노명우 교수가 직접 쓴 <이러다 잘 될지도 몰라, 니은서점>도 있었다. 평소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건 기회 아닌가. 무슨 기회? 저자에게 직접 사인받을 수 있는 기회.
결국 서점에서 책방지기 노명우 교수가 쓴 <이러다 잘 될지도 몰라, 니은서점>과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모월모일>을 구매하였다.
교수님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하여, 차마 아죠씨라고 부르진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에에에 교수님, 괜찮으시다면 책에 사인을 좀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여쭈었는데, 책방지기께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는 듯 흔쾌히 사인을 해주었다.
어느새 커플은 책 몇 권을 사들고 서점에서 나갔고, 책방에는 나와 책방지기 둘만 남게 되었다. 둘이서 담소를 나누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으로 그만 주접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책방지기에게 이런저런 주책을 떨게 되었다.
"에에, 교수님, 사실은 저도 글을 쓰는 인간이고, 거시기 얼마 전에 새로운 책을 하나 냈는데 말이지요..."
그러자 책방지기께서는 관심을 보이기 시작. 아니, 어떤 책을 내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해주었기에, 나는 그만 영업용으로 지니고 있던 책을 하나 가방에서 끄집어내 책방지기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저 대~~충 책을 쓰윽 한번 보실 줄 알았는데, 책방지기께서는 꽤 자세히 책을 들여다보았다. 서문을 읽으시더니, "벌써 세 번째 책이네요?"라는 질문을 하시기에, 또 미천한 나는 그만 쭈뼛쭈뼛, 에헤헤헤헤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책방지기는 책의 제목을 보더니 나에게 "편집자가 생기니까 어떻든가요?"라는 질문을 해주었기에, 나는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저에게는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졌습니다..."라는, 당장 싸이월드에 올려도 이상하지 않을 감성적인 대답을 하게 되었다.
아, 이거 제임스 미치너가 쓴 <소설>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제임스 미치너가 쓴 제목 자체가 <소설>인 소설에서, 책 속 소설가 루카스 요더는 자신의 편집자를 가리켜 '구원의 천사'라고 부르는데, 나도 편집자를 만나고서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그러니 너무 감성적이라고 욕하시면 곤란하다. 나는 무명 글쟁이이지만, 제임스 미치너는 나름 알아주는 문호 아니겠습니까.
여하튼 그런 대화를 나누고 책방지기는 또 한참을 내 책을 들여다보았다. 아아, 어색한 공기의 흐름. 한참 책을 보시는데 도로 뺏어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마도 책방지기도 이대로 책을 돌려주기엔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만, "에에에에 교수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쓴 책 한번 읽어봐 주시겠어요?" 하는 계획에 없던 책 선물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으앜ㅋㅋㅋㅋ
그러자 니은서점의 책방지기께서는 "에에에, 저한테 책을 주셔도 돼요? 그럼 사인을 해주세요." 하셔서, 결국 서로의 책에 사인을 해서 나누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나는 끔찍한 악필이다. 가끔은 내가 쓴 글도 못 알아보는 그런 끔찍한 악필이라 책방지기에겐 미리 밑밥을 깔고서 사인을 해드렸다.
"교수님, 제가 책에 사인을 하는 순간 책의 가치가 훅 떨어집니다..."
여하튼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독립서점의 책방지기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즐거웠다. 니은서점은 책방지기의 인건비를 제하고도, 매달 적지 않은 적자를 쌓아가며 서점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나는 글 쓰는 사람으로 그럼에도 이렇게 서점을 운영하시는 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교수님, 저 같은 글쟁이나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책이 있는 곳에 오면 왠지 모를 안도감 같은 게 듭니다. 조금이라도 적자폭이 줄어서 오래오래 서점이 자리를 지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덕담을 드렸고, 책방지기 역시, 이런 안도감 같은 게 들어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런 장소가 아니었더라면 우리가 언제 어떻게 만나서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겠는가... 하고 말씀해주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대부분의 글쟁이가 그렇듯 나는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미천한 인간인데, 이런 장소가 아니라면 내가 언제 사회학자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겠는가... 끄억끄억.
아무튼 주말의 서점 투어는 즐거웠다.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노 교수님의 책 제목처럼,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책방지기 같은 분들이 계시는 한, 양질의 책이 묻히지 않고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 본다.
아, 그리고 당장은 내 책이 좀 잘 됐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어보시는 분들, 제 책에도 관심을 좀 부탁드립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