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독서 갤러리에, 타이핑 연습 삼아 주절주절 주접을 떨며 쓴 글 입니다만.
친애하는 독붕이 선생님들,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무명글쟁이올시다. 가끔 독갤 보면, 잘 읽히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에 대해 묻는 분들도 계시고, 뭐 어떠한 글이 잘 쓴 글이냐 뭐 그런, 사실 어찌 보면 답도 없는 물음들이 많은데, 평소 가지고 있던 의견이랄까, 사견이랄까, 뭐 한번 풀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문갤로 꺼져, 뭐 이런 얘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왜냐믄 책 이야기도 할 거니까능.
사실 내일 어린이날 노는 날이고, 곧 있으면 퇴근인데, 그냥 시간 한번 때워볼까, 싶어서 쓰는 글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글쟁이들은 타고나기를 관심종자로 태어나는 바, 추천 눌러주고, 댓글 달아주고 하면, 겉으로는 안 그러는 척, 조신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하악하악, 추천이 붙었다, 하악하악, 댓글이 달렸다, 하면서 좋아하니까요, 뭐 많이들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려.
제가 한 두어 달 전에 책을 하나 냈는데 제목은 <난생처음 내 책>이고, 부제는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인데 말이지요. 제가 쓴 책이지만,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책은 또 많이 안 팔리는 것 같아서 요즘 아주 의기가 소침합니다. 이 책의 한 꼭지에 문장부호에 대해 써놓은 게 있습니다. 제가 이제 글을 쓰면서 지양하려 하는, 사용할 때 좀 조심스러운 몇 가지 문장 부호에 대해 썰을 푼 꼭지인데요.
저는 누군가의 필력을 볼 때 이런 문장 부호들을 참고하는 것입니다. 제가 책에서 언급한 문장 부호는 세 가지인데 말이지요, 바로
말줄임표..... 와
느낌표!!! 와
(괄호)입니다.
그 먼저, 괄호를 보면 말이지요. 요즘에는 ( ) 이런 괄호를 쓰는 작가들이 아주 많이 있지요. 제가 보니까능 보통 한 세 가지 이유로 이런 괄호를 쓰곤 하는 것 같습니다.
1. 문장 내에서 유머를 시도하거나
2.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3. 정보를 제공하거나
3번의 이유는 사실 별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1, 2번의 의도로 괄호를 쓰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요즘입니다. 문장 내에서 자신의 또 다른 진심을 담아서 독자를 한번 피식 웃게 만드려고 하는 방식으로 이런 괄호를 쓰는 일이 되게 많은데 말이지요.
가령 '~~~~했다(고 생각한다.)' 뭐, 이런 문장. 굉장히 익숙하지 않습니까.
괄호를 이용한 클리쉐 중에 최악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심지어 독갤의 갤주라고 불리는 무라카미 하루키 옹도 이런 괄호 장난을 많이 치지요. 하루키 좋아한다고 말하는 글쟁이들은 다들 이런 괄호 장난을 따라 치는 것 같습니다.
근데 괄호라는 게 메인 문장과는 별개로 읽히는 것이다 보니까능, 문장을 읽다가 괄호를 만나면, 자동차 정지선 걸리듯 멈칫 주춤주춤 하게 된 달까요. 저는 글 쓰는 건 좋아하지만, 훌륭한 독서가 타입은 아닌지라 책을 읽다가 이런 괄호를 많이 만나면 몹시 지치고, 또 작가들이 괄호를 이용한 유머라는 게 보통은 얄팍한 술수처럼 보여서 재미도 감동도 없어서, 괄호를 이용한 유머 그거 좀 안 썼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뭐, 여하튼 저는 누군가의 필력을 볼 때 이런 괄호의 유무를 보곤 합니다. 괄호 많이 치는 작가들 재미없어요. (극혐 극혐 ㅋㅋ)
두 번째로 제가 유의하면서 쓰는 문장 부호는 느낌표인데 말이지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스콧 피트제럴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느낌표는 자기가 한 농담에 스스로 웃는 것과 마찬가지다.'
캬, 존멋. 저는 이 명언을 접한 이후로 글 쓰면서 느낌표를 지양하고 있습니다.
두어 달 전에 제가 낸 책 <난생처음 내 책>은 230페이지 정도 되는데 느낌표 한 다섯 번 정도 쓴 거 같아요. 만족합니다!!!
느낌표라는 게 말이지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장 부호입니다. 심지어 넷플릭스에서 이 느낌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도 있는데요. 저는 이 느낌표를 남발하는 글을 보고 있으면, 스콧 피츠제럴드의 명언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달까요. 느낌표가 많은 글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는 느낌표가 딱 한 번 쓰였다고 해요. 허번 멜빌이 쓴 <모비딕>에는 천 번 넘는 느낌표가 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가, 저는 <노인과 바다>는 읽었는데 <모비딕>은 못 읽었습니다... 는 사실 느낌표와 별 상관없고요. <모비딕>은 두꺼워서 아직 못 읽었습니다.
뭐, 여하튼 저는 느낌표가 많이 쓰인 책은 읽기가 좀 어려운 거 같아요. 느낌표를 붙인 문장은 너무 가볍고 하려는 말이 감정적으로 보이거든요. 박진영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감정으로 노래하는 어린 가수 지망생들을 보며 이런 말 하지 않습니까. "청자를 울려야 하는데, 가수가 먼저 울어버리면 안 된다."
저는 느낌표가 그런 거 같아요. 독자가 먼저 울어버려야 하는데, 화자가 먼저 주접을 떨며, 울어버린달까.
참고로 작년에 나온 책 중에 글항아리 출판사 이은혜 편집장이 쓴 <읽는 직업>을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에서 느낌표가 단 한 번도 안 나오거든요.
제가 글 쓰면서 유의하는 나머지 문장부호는 이제 말줄임표인데 말이지요......
이 말줄임표는 앞선 괄호나 느낌표와 달리 사실 경우에 따라 많이 쓰곤 합니다. 말줄임표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은 많이들 갈릴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한 작가 분이 있는데 이 분은 하고픈 말이 있으면 문장에서 다 녹여내면 그만이지, 말줄임표를 쓸 일이 뭐가 있냐?라고 하신 적이 있거든요. 저는 귀가 몹시 얇은 인간이라, 아, 그런가...... 생각하긴 했는데, 말줄임표는 뭔가 좀 나약한 마음을 보는 느낌이에요. 화자 스스로 마음이 정리가 되지 못한 채로, 아아, 내 맘 나도 모르겠다, 할 때 이 말줄임표를 쓰는 것이 아닌가. 마침표나 물음표, 심지어 느낌표를 쓸 때 화자는 어느 정도 마음에 확신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 말줄임표는 그렇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달까요. 물론 책에서 이런 말줄임표가 남발하게 된다면, 독자는, "아니 이 인간은 대체하고픈 말이 뭐야?" 하면서 화가 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주로 문학책을 보긴 합니다만, 잘 읽히는 글은 어떤 글인가 생각해보면, 느낌표 많이 안 쓰고, 괄호 많이 안 쓰고, 말줄임표 남발 안 하는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괄호, 느낌표, 말줄임표 모두 문장에서 명확성을 떨어트리는 부호들이에요. 이런 부호들을 쓰면 문장은 자연스레 명확성을 잃고 힘이 떨어지는 거겠죠.
근데 이건 문장 스타일의 일부가 그렇다는 것이고요. 괄호, 느낌표, 말줄임표를 전혀 쓰지 않는데도 글이 딱딱하고 재미없고 안 읽히는 작가들이 분명 있지요. 저한테는 페터 한트케가 그렇습니다만. 페트 한트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정말 얇은 책인데도 완독 시도 세 번 했다가 세 번 다 실패했어요. 이건 뭐 분명 저와 페터 한트케의 궁합이 안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결국 잘 읽히는 글은 작가와 독자의 궁합이 중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리의 케바케랄까. 제가 말한 문장 부호의 활용 같은 건 글 쓸 때 유의해서 쓰는 것들이긴 합니다만 잘 읽히는 글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보통, 글쓰기 선생들이 '단문으로 써라, 간결하게 써라.' 많이들 얘기하는데 이렇게 짧게 써야만 잘 읽히는 글이 되게 쉬워서 하는 말이고요. 이것도 뭐 케바케라서 암만 짧게 써도 도저히 읽히지 않는 문장들도 있고, 다자이 오사무처럼 주절주절 쌉소리 해도 잘 읽히는 문장이 있으니까요.
다만, 어떤 글이 잘 읽히는가, 라는 질문에 '명확한 문장'이 많이 도움이 된다, 뭐 이 정도로는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천한 무명글쟁이의 사견이니까능 뭐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만, 아 이 인간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구나 정도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 하는 마음이랄까.
저는 글 쓰면서 가장 듣기 좋은 피드백이 '술술 읽힌다.' 하는 반응인데요. 그런 점에서 제 책 <난생처음 내 책>이나 한번 읽어봐 달라 하는 주접 홍보 문장을 마지막으로, 아, 내일 노는 날이니까능 슬슬 퇴근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글 쓰면서 시간 잘 때웠습니다. 독붕이 선생님들, 그럼 이만 땡큐 소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