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rest well
2주 전인가, 은평 롯데몰 에잇세컨즈에 들러 티샤스를 하나 들고 왔다. 보자마자, 어머 이건 사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드는 그림이었다.
에잇세컨즈가 매장에 들어서고 8초 만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옷이 예뻐서 에잇세컨즈라지요...는 구라다. 왜 에잇세컨즈인지 몰라. 리뷰어의 마음으로 해석해보자면 숫자 8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 기호니까능, 여기서 영원토록 쇼핑해라! 하는 뜻이 아닐까 싶은데, 아님 말고.
(타블로 가사 중에 '무한대를 그려주려 쓰러진 팔자' 하는 가사 좋아하는데, 타블로는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 데뷔 당시 같은 소속사로 인피니트의 음악을 프로듀싱해주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부연은 여기까지.)
그림도 귀엽지만, please rest well이라는 문구가 맘에 들었다. 물론 평소에도 휴식을 잘 취하긴 하지만, 앞으로도 제발 플리즈 휴식을 잘 취해야지, 잘 쉬어야지, 푹 쉬어야지 하고픈 마음이 드는 요즘이라, 흠흠.
근데 사놓고 보니까 그림 속 주인공은 어쩐지 머리칼 한올 없는 대머리 같고 어쩐지 코가 너무나 크고 길다.
마치 일본의 얼굴 붉은 악마 텐구를 닮았다. 일본에 살던 텐구 하나가 이탈리아로 넘어가 훗날 피노키오가 되었다고 알려졌는데, 물론 구라다.
우리네 속설 중에는 코가 크면 정력이 세다, 하는 구라가 있는데, 가끔 일본 영상물을 보면 텐구가 그런 쪽으로 등장해서, 아 한국이나 일본이나 코와 그쪽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구나 싶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 추천 게시물 하나를 보니 사람의 코와 귀는 계속 자란다는 글이었는데, 참인지 구라인지 모르겠다. 근데 신현준을 보면 아, 그런가 보다 싶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신현준을 보면 정말 잘생겼는데 기봉이가 되더니 코가 점점 크고 길어져 이제는 즐라탄이 되었다.
즐라탄은 스웨덴의 축구 선수인데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운 것으로 알려져 어쩐지 한국사람에겐 호감인 사람으로 신현준을 닮았다. 무엇보다 축구를 잘한다.
코가 대단하게 큰 인물 하나를 더 얘기하라면 역시 다자이 오사무다. 다자이는 피노키오처럼 구라를 계속 쳐
서 코가 길어졌는가, 소설가란 무릇 구라를 핍진하게 쳐야 하는 직업 아닌가.
가끔 코가 두드러지게 큰 다자이를 보면 텐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다자이를 보며 '아아, 이 사람 코가 대단하다.' 하듯이, 텐구를 보면 '아아, 코가 대단하군' 싶어 지니까.
결국 2주 전 에잇세컨즈에서 산 프린팅 예쁘게 된 티샤스를 보며 코가 큰 텐구와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리고 있다는 그렇고 그런 주말 오후의 구라 가득한 휴식 시간.
참고로 나도 코가 크고 긴 편이다. 고교시절엔 별명이 스카티 피펜이었는데 스무 살이 넘어 몇몇 친구 놈은 나더러 신현준을 닮았다고도 했다. 이건 구라가 아니다. 스카티 피펜은 NBA 시카고 불스에서 마이클 조던과 찰떡 호흡을 맞춘 포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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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소파에 누워 의식이 이끄는 대로 끄적이고서는 sns에 올린 글인데... 에잇 세컨즈 그래픽 디자이너분이 글 재밌다며 댓글을 다셨다. 띠요오오오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