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 리즈 프린스
젠더 경계를 거부하는 한 소녀의 진지하고 유쾌한 성장기라는 부제 그대로, 작가의 성장기를 다룬 만화다.
유아시절부터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재밌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원피스나 치마를 거부하고, 항상 야구 모자를 쓰며, 여성보다 남성들의 삶을 더 좋아하지만, 동성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남자 같다는 이유로, 또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그러면서도 친구를 사귀고, 또 이사를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좌절해가며 성장해가는 이야기.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내용에서는 영화 <그린북>이 떠올랐다. 흑인으로 태어났지만 백인 흑인 어디에서 속하지 못했던 주인공 이야기와 톰보이는 그런 점에서 닮았다. / 혹은 이데올로기라는 이름 하에 남과 북 어디에도 적응 못한 소설 <광장> 속 주인공이 떠오르기도.)
'젠더 갈등'을 다루는 책을 보았다면, 어쩔 수 없는 피곤함을 느낄 텐데, 이건 한 개인의 정체성을 다룬 이야기다 보니 보면서 응원하게 된다. 이 만화 주인공과 비슷한 성장기를 보내는 아이의 부모나 실제 톰보이들이 본다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여자 아이들이 운동신경이 더 좋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러니까 그 또래의 남녀 아이들이 싸우면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 코피 터트리기도 하는, ㅎㅎ 그러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남녀의 몸이 변하면서 즐기는 운동도 달라지는 거 같다.
나 때에도 고학년 되면 남자 애들은 축구하고 여자 애들은 고무줄 놀이를 했던 거 같다. 나는 고무줄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가끔은 축구가 아닌 공기놀이를 하기도 했다. 왜냐면 공기놀이가 당시 거의 유일하게 남녀 아이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놀이였고, 그 말인즉슨 좋아하는 여자 아이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ㅋ
만화를 보면서 내내 떠오른 인물이 있는데 영화배우 엘런 페이지다. 엘런 페이지를 볼 때마다, 와 귀엽다, 사랑스럽다, 어쩜 사람이 저렇게 사랑스러울 있지? 생각했는데 어느 해 엘런 페이지는 커밍아웃을 하며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선언했고, 또 어느 해에는 동성결혼 소식이 들려오더니, 작년엔가는 성전환 수술을 하며 엘런 페이지에서 엘리엇 페이지로 이름을 바꾸고, 가슴 절제 수술을 했다고도 하고, 그러면서 상의를 탈의한 사진이 웹에 공개되기도 했다.
엘런 페이지의 팬이 감당하기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엘런 페이지가 엘리엇 페이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좀 복잡한 심경이었는데, 아 그러니까, 엘런이든 엘리엇이든 자신의 삶이니까 행복하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닌데, TV에서 가끔 틀어주는 <인셉션>을 볼 때마다, 아, 저때의 엘런은 정말 귀엽군, 하는 생각에, 뭔가 과거의 추억 조각 하나가 날아간 기분이랄까.
그러니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워쇼스키 감독 형제가 남매가 되었다가 자매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과 조금 비슷하려나. 모르겠다.
<톰보이>의 리즈 프린스는 동성애자는 아니고,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이다. 젠더와 관련된 글을 읽고 판단하거나 쓸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이게 단순히 몇 가지, 그러니까 남녀로만 구분 지을 수 없는 이야기다 보니까 많이 어렵다.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고, 남자로 살고 싶은 여자가 있고, 여자로 살고 싶은 남자가 있고,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 그 둘을 모두 좋아하는 누구, 남자로 변한 여자, 여자로 변한 남자, 남녀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사람, 그러니까 제3의 성을 가진 사람 등등.
나 같은 멍청이들이 아, 몰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공리주의가 짱이다! 하면 간단해지겠지만, 사회는 나와 달리 정의로운 사람들로 인해 소수와 소수를 챙겨나간다. 근데 이 소수들이, 말 그대로 다수가 아니다 보니까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 거 같다능.
그러니까 최근 육상대회였나, 남성으로 태어나 성전환 수술한 사람들이 여성대회에 참여해서 우승을 휩쓰니까, 이들을 남성으로 보아야 하나, 여성으로 보아야 하나 하는 문제가 있었고. 작년엔 또 성전환자의 여대 입학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성 체육대회, 여대 입학 사안 등등은 성차별, 역차별, 페미니즘 등등이 섞여서 딱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가 되어가는 듯하다.
소수로 일어나는 문제들은 쌓여만 가고 이걸 해결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렇게 머리 아플 때는 혁오의 <톰보이>나 듣는 겁니다.
'나는 사랑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