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안 써도...

한밤중 세븐의 곡을 듣다가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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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든 걸 잃어도 내 인기가 떨어져도
더 이상 노랠 못하고 다른 직업을 가져도
나라는 이유만으로 날 계속 사랑해 줄 수 있니


세븐 - 내가 노래를 못해도 中




나는 이 노래가 참 좋더라. 이 곡 처음 나왔을 때 세븐이 YG가 아닌 JYP에서 활동했어도 괜찮았겠다 싶었을 정도로 흥미로운 콜라보였다.


어떤 직업을 갖다대도, 직업(일)이 있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사에 자신을 대입시켜 듣고서 찡할 수 있는 곡이다. 그러니 가수가 모든 걸 잃고, 인기가 떨어지고, 노래를 못하고 다른 직업을 가져도 날 사랑해줄 건지 묻는 구절에서 난 당연히 글쓰기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에, 나는 이제 온오프 할 것 없이 친구 많이 없는 아싸인데. (농담처럼 치부를 드러내면 사람들이 진짜 농담인 줄 알아서 좋다. 진짜로 친구가 많이 없어서 결혼식 때 하객 알바 불러야 하나 잠시 고민했는데. 쳇 ㅋㅋ)

책을 내기 전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명이 안됐는데, 책 세 권을 낸 지금은 400명 정도. 아니, 책 한 권에 팔로워 백 명씩 늘어난 겁니까. 이 추세라면 팔로워 만명 모을라면 저는 책을 100권을 써야 가능한 겁니까!

크흑. 부럽다 인플루언서! 부럽다 유명 작가!


그럼에도 내가 글이나 쓰고 책이나 내니까 이렇게 수백 팔로워가 생긴 것이 아니겠는가. 에, 팔로워 여러분들 제가 세븐마냥, 글쓰기를 때려치우고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아도 저를 팔로우 해주시겠어요? 물으면 다들 언팔하지 않겠습니까. 크흑.


sns 감성시인 문인들이 짧은 글로 수백수천 좋아요 받을 때, 전형적 한남 국밥충 40대 아재는 아주 긴 글로 웃기든가 울려야 하는 것이다. 아, 인생 불공평. 그러니 잡글이라도 뭐라도 써야만 하는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는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주장이 확고하고 호불호가 확 갈리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글이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칭찬을 듣든, 쌍욕을 듣든 주장에는 글쓴이의 생각이 있다는 뜻이고, 사람들은 글에서 누군가의 생각을 읽고 싶어 하니까.


나도 아주 그냥 우측이면 우측, 좌측이면 좌측, 앞뒤, 전후, 음양, 위아래, 한쪽으로 방향 잡고 하드코어로다가 우르르쾅쾅!! 글을 쓰면 호불호 쫙쫙 갈리면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싶지만, 나는 대체로 이쪽도 생각하고 저쪽도 생각하는 좋게 말하면 열려있는 사람이며 중용을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에 이제 나쁘게 말하면 나 같은 생끼가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가 되는 겁니다. 네네. 얼마나 회색분자인지 저는 티샤스 살 때도 우중충한 회색을 제일 선호합니다만. 네네.


근데 뭐 나는 이런 조금은 희미한, 도망치듯, 숨어버리는, 그러니까 이렇다 할 주장은 없지만 뭔가 따뜻하고 재미난 글을 쓰는 게 좋은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나는 아는 게 뭐 조또 없구나, 싶어 진다. 몰라 몰라. 아는 게 없어. 인생 어려워. 뭔가 주장을 할라믄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는 게 없으니까능 근거도 없어. 아이 해브 노 근거.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무언가 호불호가 확 갈리는 확고한 주장이 담긴 명쾌한 글보다는 그저 어리바리하고 착하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재밌고 유쾌하고 어? 그런 글을 써야 되겠다, 싶은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제 글을 많이 아껴주세요. 네? 결론이 이상하게 흐릅니다만.


어쨌든 세븐의 <내가 노래를 못해도>를 들으며, 글쓰기를 생각해본다.

내가 글쓰기를 때려치워도 편집자, 독자분들이 나를 '작가님, 작가님' 불러주실까.


어림반푼 없다. 작가는 개뿔.

글 안 쓰면 백수나 매한가지.


세븐은 얼굴이라도 잘생겼지.

나는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지는 아저씨.

뭐라도 쓰고 웃기든 울려야 한다.

그렇게 책 한 권당 팔로워 백 명을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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