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될 이야기
낮에 버스 타고 이동하는데 DM이 왔다. 또 뭐 어디에서 글 좀 써서 보내라는 청탁 메세지인가 싶어서 룰루랄라 보았더니 친구 '장'의 메세지였다. 신지훈의 <시가 될 이야기>는 '예민'이 지금 시대에 활동했다면 나왔을 법한 곡이라며, 좋은 곡인데 나도 좋아할 것 같으니 들어보라는 내용이었다.
아, 나이 마흔 먹고도 주변에 좋은 음악이 있다며, 내 생각이 난다며 추천을 해주는 친구가 있다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어서 버스 안에서 '장'의 메세지를 받고는 실로 좋은 기분이 들었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잠들기 전 '장'의 추천곡 <시가 될 이야기>를 듣는데 '장'의 말대로 과연 예민의 감성이 느껴지는 곡이다.
특히 첫 가사, '속절없다는 글의 뜻을 아십니까'로 이야기를 여는 부분이 좋았다. 속절없다, 하염없다, 하릴없다. 여하튼 뭔가 없다 하는 그 표현을 좋아한다. 거기엔 정말 무언가 어쩔 수 없어하는 안타까움과 나약함이 그려지니까.
친구 '장'은 이제 주변에 얼마 남지 않은 현역 '예술인' 친구다. 작가 지망생으로 지내던 몇 년간, 여전히 창작을 하는, 예술인의 길을 걸어가는 친구들이 대단해 보였고 부러웠는데 그중 하나가 틀림없이 '장'이었다. 2019년 첫 책을 내고는 '장'에게 이제는 나도 창작을 하고 싶다고, 앞으로 오래오래 같이하자고 말했던가.
'장'과는 20대 초반, 방위산업체로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서 그곳에서의 추억도 적지 않다. 몸은 다 컸지만 여전히 사회에 내던져지기엔 어리숙하고 어리바리했던 시절이었다. '장'도 나도 그 어설픔에 어쩔 줄 몰라하던 시간을 서로 지켜보았다.
'장'이 내게 건넨 이야기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어느 날 '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장'의 어머니 안부를 물은 적이 있는데, '장'은 "내 주변에 울 엄마 안부 묻는 사람 너밖에 없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별 것 아닌 부모님 안부인사가 누군가에겐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장'의 그 멘트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그런가. 한때 '장'의 어머님 안부를 물은 사람이 나뿐이었던 것처럼, 이제 내게 좋은 곡이라며 음악을 추천해주는 사람은 '장'밖에 남질 않았다.
속절없다는 글의 뜻을 아십니까.
흘러가는 시간이 속절없다.
'장', 좋은 음악 있으면 혼자 듣지 말고 추천 자주 해달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