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의 자존심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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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자 서울신문에 실린 쿠엔틴 타란티노 기사다. 어린 시절 자신의 글을 비난한 어머니에게 한 푼도 안주겠다는 타란티노.


글을 쓰는 사람의 자존심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그러니 주변에 누가 글 쓴다고 하면, 아 내가 볼 때는 저 사람 글 참 별로인데, 글러먹었는데, 생각 들더라도 그걸 그대로 드러내진 말고, 얼쑤얼쑤 잘한다잘한다, 하고서 다독여줄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겠다.


하물며 자식생키가 글을 쓰는데, 에에에, 너는 재능이 없다, 라고 말하면 훗날 자식생키가 글로 대성했을 때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내 아이들이, 아부지 저는 자까가 되겠십니더, 글을 쓰고 살겠십니더, 한다면, 야야야 애비도 지금 무명 글쟁이로 바닥을 기고 있는데 너까지 마 글을 꼭 써야 되겠니, 생각 한 번 다시 해봐라, 할지 모르겠지만. 흐음.


나는 책을 세 권 내었는데 책이 나올 때마다 모친의 말씀, 책 내느라 고생했는데, 글은 취미로 쓰고, 글 쓰는 데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아라, 책 하나 쓰는 데에 스트레스가 그렇게 심하다고 하더구나, 라는 얘기를 곧잘 하셔서, 나는 내심 서운했던 것이다.


엄마, 엄마 아들은 책을 알리려고 온갖 주접을 떨며 sns에 죽자사자 홍보하는데 김 빠지게 취미로만 글을 쓰라니, 싫어요 싫어요, 나도 언젠가 먼 훗날엔 글밥 먹으며 전업작가, 그래, 전업작가 그거 하고 싶어요, 하면서 징징징징 거리고 싶지만, 실제로 책 나오면 책 젤 많이 사주는 사람이 모친이기 때문에 군소리 없이, 아 엄마 그럴까? 글은 취미로 쓸까? 하기도 하고, 어차피 요즘엔 책이 워낙에 안 팔려서 취미로 쓸 수밖에 없어...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책을 내기 전에 글을 쓴다는 사실을 가족들은 거의 알지 못했으므로, 나는 타란티노처럼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아니하였다. 다만 내가 글을 팔아서, 책을 팔아서 돈이 좀 생긴다면 나는 울 엄마 한 푼이 뭐야. 이것도 사주고 저것도 사주고 하고 싶은데 애석하게도 내 글은 타란티노와 달리 인기가 없는 것이다.


타란티노 형, 며칠 전에 TV에서 <킬빌> 완투를 연속으로다가 틀어주길래 또 정신 놓고 봤어. 형. 형의 글에서는 어쩐지 피 냄새가 날 것 같아. 아마도 어린 시절 썼던 글도 그렇겠지. 그러니 엄마가 형의 글을 비난했던 게 아닐까? 형은 좀 많이 폭력적이잖아. 뭐, 아님 말고...


글밥 먹고살아서 행복한가요, 타란티노 형. Are you happy?


어쨌든 타란티노와 그의 모친의 일화에서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글을 비난하기보다는, 응? 글이라는 게 언제 로또가 터질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응? 좀 따듯한 시선으로 봐줄 필요가 있다, 하는 것.


그러니 여러분들도 무명 글쟁이 이경의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에 자그마한, 따뜻한,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 말씀입니다.


제 글도 언젠가 로또가 터질지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터지라는 로또는 안 터지고, 책이 안 팔리면 제 속이 터집니다. 그러니, 제 글을, 제 책을, 읽어주십...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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