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인생 작가

by 이경




오늘도 습관처럼 드넓은 인터넷의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혹시나 내가 쓴 책의 새로운 서평이라도 올라왔을까 싶어 네이버와 다음에 들어가, 난...생...처...음...내...책 제목을 탁탁 타타탁 쳐보니 있다 있어, 새로운 서평.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책을 너무 잘 읽어주시고, 글을 써주셔서 일부라도 공유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는 지경인 것이다.



<난생처음 내 책> 서평중 일부



자, 이것의 리뷰의 리뷰랄까. 보자보자 들여다보자.


1. 책 쓰기와 관련된 다른 책들과는 달리.

-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책 쓰기 책인데 그런 책들과는 다르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어떠한 뭐랄까, 독창성이랄까, 오리지날리티랄까, 그런 것을 인정해준 것이 아니한가. 책 쓰기가 소망인 작가 지망생님들 보고 계십니까? 네?


2. 담담하게 + 재미있게

- 책을 쓰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담백하든가, 웃기든가, 항상 이 둘을 염두에 두고 쓰는 편인데 이 독자분, 책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읽어주셨다. 사나이는 자신을 알아봐 주는 이에게 목숨을 건다... 하는 것은 너무나 마초적인 멘트라서 때려치우고, 글쟁이는 자신을 알아봐 주는 독자에게... 아, 뭐 목숨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무턱대고 바치기엔 좀 그렇지만, 거의 목숨을 바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쟁이는 자신의 글을 알아봐 주는 이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법이다.


3.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 크흑, 글을 쓰고서 가장 좋아하는 반응이 '술술 읽힌다' 하는 것인데, 책을 순식간에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글이 술술술술 잘 읽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서 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서평의 거의 모든 줄에서 웃음꽃이 피어나 NK세포가 활성화 되는 것 같다, 으으으 독자님.


4. 작가님의 다른 책도 궁금해졌어요

- 아아아아, 저는 소설 <작가님? 작가님!>으로 2019년 데뷔하여, 2020년에는 골프 에세이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를 그리고 2021년에는 에세이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를 출간하였습니다. 네네, 책을 읽고서 앞선 책에 궁금증이 생기셨다니, 글쟁이에겐 이보다 좋은 독자가 없다. 역시 최고의 책 홍보는 신간 출간이 아닌가.


5. 사람들이 쳐다봐도 자꾸 웃음이 나오는

- 아아아아, 독자님, 글을 읽으시고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온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 아닙니까... 독자님... 독자님!!! ♡♡♡♡♡♡♡♡♡♡♡♡♡♡♡♡♡♡♡♡♡


6. 인생 작가를 만난 기분

- 아아아아... 최근 브런치에 쓴 글에 독자 한 분께서 글이 항상, 기승전책 이야기라는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내가 맨날 책 안 팔린다, 책 좀 읽어달라 하고서 징징징징 거리는 편이지만, 사람이 살면서 읽을 수 있는 책과 들을 수 있는 음악과 볼 수 있는 영화가 한정돼 있다고 볼 때, 누군가 내가 쓴 책을 사주고, 완독을 해주고, 서평을 남겨준다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싶다.


하물며, 구매 - 완독 - 서평을 넘어 인생 작가라는 칭찬까지 해주신다면, 아아 이것은 그야말로 독자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쳐야 하나 다시금 고민에 빠지게 된달까.


독자님... 크흑 독자님!!!


-


이렇게 글도 쓰고 책도 내고 하다 보니, 분에 넘치는 '인! 생! 작! 가!' 소리도 듣곤 하는데, 어째서인지 브런치에서는 한 독자분의 지적(?)대로 늘상 기승전책홍보로 끝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수년째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만 내 글이 브런치나 다음 메인에 오른 적은 없어서, 브런치 화면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그저 책 홍보나 하게 되는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가 자신의 글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편지를 써서, 배때기를 쑤시네 어쩌네 했던 것처럼, 가끔은 브런치 메인 글을 셀렉트 하는 에디터를 찾아가, 왜 내 글은 한 번도 메인에 오르지 못한 것이냐며, 얼굴에 대고 똥방귀를 뀌어버릴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고, 나으리 나으리, 브런치 에디터 나으리, 미천한 소인의 글이라 하여도 한 번만 믿고서 브런치 메인, 그 브런치 메인에 제 글을 한 번만 올려봐 주시구려, 하고서는 호소문을 올리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다.


브런치와 다음 메인을 밥 먹듯 하는 한 브런치 작가분은, 내가 이런 메인 혹은 조회수에 집착하는 듯한 글을 쓸 때마다, 작가님, 작가님, 제가 메인에 올라봤는데 그거 뭐, 그렇게 좋지도 않던 걸요, 난독증에 빠진 자들의 악플만 수두룩하게 달릴 뿐, 조회수에 너무 집착하지 마셔요, 하는 무척이나 어른스러운 피드백을 안겨주시기도 하지만, 그것도 다 브런치 메인에 여러 차례 올라본 배부른 자들의 여유 있는 목소리 일 뿐, 쳇.


아니, 그렇잖습니까. 내가 보기에 구독자 일만 명 넘어가는 작가가 쓰는 글의 라이킷 수나, 구독자가 겨우 일백 넘어가는 내가 쓴 글의 라이킷 수나, 때로는 뭐 별 차이도 없던데, 이 정도면 한 번쯤은 내 글도 메인에 올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브런치는 자기네 공모전 통해서 책을 낸 작가들에겐 막 교보문고 같은 데에 큼지막하게 작가 사진도 뽑아서 걸어놓고 광고하고, 그렇게 엄청 밀어주던데, 아이고 배아파, 이거이거 서러워서 살 수가 있나.


이럴 때면 역시 "아쉬우면 너도 브런치 공모전에 뽑히면 되잖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렇잖아도 이번 브런치 공모전에는 오랜만에 글을 던져 보았으나, 수상에 실패할 확률은 대략 99.89% 정도로 본다. 혹시 모르니까 쥐똥만큼의 확률 0.11% 정도는 남겨보지만, 기대는 없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실망이 없으면 또 꾸역꾸역 글을 쓸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왜 가끔씩 브런치 메인에 오를지도 몰라, 하는 어리석은 기대를 품는 것인가. 그것은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이 역시나 기승전책홍보이기 때문이 아닌가. 브런치 메인에 오르면 조회수가 수만, 수십만에 다다른다는데 책 홍보 게시물이 그런 조회수 뽕을 맞는다면, 아아, 생각만 해도 짜릿하군.


근데 나는 브런치 메인에 글이 올라가지 않아서 책 홍보 글을 쓰게 되었는가, 아니면 늘상 책 홍보 글만 쓰다 보니까능 브런치에서, 저거저거 무명글쟁이 이경 저놈이 쓰는 글은 글렀다, 하면서 브런치 메인에 오르지 못하는 것인가, 아 몰라요 몰라, 브런치에서 메인에 올려주든 말든 오늘은 기분이 몹시 좋아 풍악을 울리고 싶은 것입니다. 빵빠라빵빵- 빵빵빵-



저도 오늘만큼은 지구 인구 78명 중 누군가의 '인생 작가' 소리를 들었다 이겁니다. 네? 살면서, 인생 작가 소리 들어보셨어영? 저는 오늘 들어봤는데 말이죠. 네? 까르르르르르.


저를 인생 작가로 불리게 해준 그 책, 바로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라는 책이다 이겁니다. 네네.


그럼 오늘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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