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라는 발란스 게임과 자기연민

by 이경



주말,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움직이는데 초딩 아들 1호가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하는 질문을 던진다. 요즘 유행하는 발란스 게임이 초딩 아이 주변에서도 일어나는가 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만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자신감이 있어야만 하는 슈퍼발란스 게임인데, 글쟁이는 대체로 '내 글 구려병'과 '작가병' 사이를 수시로 오가기 때문에 보통은 늘 발란스가 무너져있다.


특히 요즘 같은 신춘문예 시즌에는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고, 자신감이 바닥에 가닿아있는 많은 이들을 볼 수 있어서, 모르긴 몰라도 심리학자들이 극단적 인간의 양면을 연구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즌이 아닐까 싶다.


나는 성격상, '작가병'에 걸리는 날은 드물고, 보통은 '내 글 구려병'에 걸려서 허우적거린다. 그럼에도 안하무인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작가병'보다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반성하며 발전의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열려있는 '내 글 구려병'이 악성도에서는 덜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발란스 한쪽이 자신 없음으로 치우쳐있는 상황에서 자기연민이라는 감정 덩어리까지 더해지면 삶 자체가 몹시 우울해지는데, 나는 종종 이 우울함을 SNS에 농담처럼 뱉어낸다.


그러니까 SNS에서 시답잖은 농담을 자주 하면, 진담을 얘기할 때도 사람들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주어서 좋은 것이다. 나는 다른 일로는 자기연민이 발동하지 않다가도 책이 안 팔린다고 느껴질 때면 과한 자기연민에 빠져든다. 그럴 때 농담처럼 SNS에 글을 쓰곤 하는 것이다.


아아, 내 책은 안 팔리는 거 같은데, 다른 누군가의 책은 되게 잘 팔리는 것 같더라, 그 모습을 보니 배가 너무 아프더라, 내가 보기에 내 책이 꿀리는 게 별로 없는 거 같은데, 제기랄, 북스타그래머며 책스타그래머며 무슨무슨 어쩌고저쩌고 인플루언서 그래머들이 내 책 읽고서 주변에 입소문 많이 내주었으면, 주절주절, 중얼중얼, 블라블라, 궁시렁궁시렁 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저저, 무명글쟁이 저놈 또 시답잖은 농담하고 있구나, 싶을 텐데, 사실은 그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답답하고, 억울하고, 현기증 나고, 남들 잘되는 모습을 보면서 배가 아프고, 나는 왜 저렇게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하면서 스스로를 가엽게 여기는 것이다. 이 찌질한 자기연민을 버리려면 책이 잘 팔리는 수밖에 없는데, 그런 꿈같은 상황이 당장은 요원해 보인다.


장강명 작가가 그런 글 쓴 적 있는데. 많은 한국 작가들이 스스로 자기는 문단의 아웃사이더인 것처럼 생각한다고. 나는 그거 보면서 낄낄낄거렸다. 다들 문단 중심에 있으면서 아싸인 척 하기는, 재수없엉, 낄낄낄낄.

나야말로 문단이란 게 실재한다면 그 안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가끔 까치발 들고서, 눈만 빼꼼 내밀고는, 누가 나 좀 안 불러주나, 힐끔힐끔 눈치 보다가, 아아 이거 진짜 찌질하다, 글 쓴다는 놈이 이렇게 남들 눈치나 보고 있는 꼬락서니라니, 하면서 까치발을 내리고는, 고개 한번 떨구고는, 문단이고 나발이고 묵묵히 독고다이 나의 길을 걸어갈 테야, 하고 있는 아웃사이더 중에 아웃사이더 아닌가, 낄낄낄.


글쓰기라는 슈퍼발란스 게임에서 중심은 우야든지 간에 내가 알아서 잘 맞출 테니까, 책이나 잘 팔리면 좋겠다. 그리하여 몹쓸 자기연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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