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발표 나면 나는 작품들은 안 읽어보고, 당선자들 나이를 쓰윽 보고, 수상 소감 정도를 읽어본다. 작품보다 수상 소감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나이대의 분들이 등단을 하였는지도 궁금하기 때문에. 올해는 유독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등단하신 것 같다.
일본의 경우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년, 노년의 데뷔 작가들이 늘어난다는 글을 언젠가 본 적이 있는데, 이제 한국도 마찬가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에는 정년이 없다고들 하니까, 은퇴를 한 이들이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을 뒤늦게 다시 열어보기도 좋을 테고.
2년 전, 아마도 12월 1일, 그러니까 신춘문예 마감을 코앞에 둔 어느 날 회사 근처 우편 집중국에 들른 적이 있는데, 빵모자를 쓴 70대(추정)의 영감님 한 분이 누런 종이봉투를 들고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종이봉투에는 '신춘문예 단편 부문 응모작'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저분은 많은 연세에도 아직 꿈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글을 쓰는 사람의 인정 욕구라는 것은 끔찍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피천득의 수필 <은전 한 닢> 보면, 은전 한 닢 모으는 상해의 거지를 가리켜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하지 않나. 아아, 인간은 위대하다, 하는 거랑. 아아, 인간은 바보 같다, 하는 거.
학창 때 <은전 한 닢> 읽고서 나는 당연히 전자의 뜻으로만 글을 읽었는데 훗날 후자의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는 놀랐던 기억이 난다. 피천득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하나의 글을 읽고서 욕망과 성취라는 전혀 다른 두 가지 해석을 해내는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다.
삶의 황혼기에 접어든 분들이 신춘문예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늦은 데뷔를 하는 걸 보면서, 글을 쓰는 사람에겐 누구라도 자기만의 은전 한 닢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건 시선에 따라 아름다우면서도 무용해 보인다.
.
.
.
.
.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나는 신춘문예 최고 간지남, 멋쟁이는 故최인호 같다. 수상자라고 뽑아놨더니 고교생이더라, 하는 이야기 들으면서 타고난 글쟁이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천재라는 건 아마도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싶어 진달까.
각자에게 은전 한 닢이 있겠지만, 하는 이야기는 그저 이 글을 아름답게 한 번 써볼까, 말까 하는 얄팍한 나의 비유적 표현일 뿐이고, 고교시절에 등단한 故최인호는 은전 한 닢이 아닌, 이미 은전 여러 개 모아다가 금전으로 바꾼 인물이 아닌가 싶어져서, 으으으으 나는 왜 좀 더 어릴 때 글을 써봐야지, 책을 써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을까 싶어져서, 후회가 생긴달까, 으으으으.
노년의 등단도 아름답지만, 이른 나이에 꿈을 이룬 20대 청춘들의 등단은 부럽다.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