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예찬

by 이경


1. <난생처음 내 책>의 판매지수를 보았더니 느낌상 요 며칠 사이에 한 세 권은 팔린 것 같다. 나온 지 1년 정도 된 책이 이렇게 팔리는 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인데, 어제 영문 번역가 에이스 박산호 선생님께서 책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주신 덕이 아닌가 추정 중이다.


박산호 선생님과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렇게 고마운 일이 자꾸 생기고 하면, 저로서는 훗날 누나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저나 책은 정말 누가 사주시는 걸까.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나온 지 1년 가까이 된 책의 판매지수를 아직도 들여다보고 있느냐 하면, 그게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비트코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 차트 볼 시간에 비슷한 거 뭐라도 하나 보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2. 나야 이제 책 세 권 낸, 출판업계라는 넓은 바다에 엄지발가락 정도 담그고선 참방참방 물장난 치는 쪼랩 글쟁이이지만, 이전부터 자주 들어온 이야기가, 에세이의 주 독자층은 2~30대 여성이다, 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는 책 구매자의 성별과 연령대의 정보를 제공하는데 아무 에세이 책이나 잡고서 이런 정보를 보고 있으면 과연 2~30대 여성들의 구매율이 압도한다.


알라딘에서 구분하는 나이대가 만 나이의 방식을 취하는지, 우리네 나이 방식을 취하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이리 보나 저리 보나 2~30대 여성이 이제 나보다 어린것은 틀림없다.


젊은 2~30대의 여성이 머리가 벗겨지고 배 나온 중년, 40대 남성의 글을 좋아해 줄 리가 만무하니, 역시 나로서는 높은 확률로 누나라고 할 수 있는 4~50대 여성분들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난생처음 내 책>의 여남 구매비율은 8 : 2 정도이고, 특히나 40대 여성 구매자의 비율은 30%가 넘어간다. 이러니 나로서는 누나 누나 만만세를 외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누나들, 만세 만세 만만세.


3. 나는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세대인데, 초딩 시절을 돌이켜보면 분명 혼돈의 시대였던 것 같다. 어느 해에는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떼창 하며 눈물 질질 흘리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가 유행하더니, 또 어느 해에는 현진영이 멀쩡한 옷을 찢어가며 엉거주춤을 추고, 서태지가 등장하고, 뉴키즈온더블럭이 내한하고.


여튼 무언가 가파르게 변화가 이루어지던 시대를 살았는데, 그 와중에 부모님들은 또 통기타 세대이다 보니, 가끔 학우의 어머님들이 통기타 하나 들고 와서 특별수업을 하고는 했다.


그때 한 어머니가 불러준 노래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사알자~" 하는 곡이었으니, 이 곡의 노랫말을 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시인 김소월. 김소월이 요즘 활동했다면 시인 못지않게 부동산으로 부자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 옛날에 강변에 살자고 노래하다니... 하는 것은 내가 나이 먹어서 순수함을 잃은 탓인 거 같고, 여하튼 이때가 아마도 초등 2년 정도로 기억하는데, 내가 들었던 '누나'를 노래하는 첫 음악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나를 향한 많은 음악들이 있지만, 당장 생각나는 몇 곡을 꼽아보자면, 뭐 이승기의 데뷔작 <내 여자라니까>가 있겠는데, 이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인 이가 싸이(Psy)인 것을 떠올려보면, 어, 음, 흠, 그러니까 이승기가 부르느냐, 싸이가 부르느냐 그 느낌이 너무도 다르지 않나.


여하튼 그 외에 버벌진트의 <사랑해 누나>, 유승준의 <사랑해 누나>등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누나 관련 곡은 산울림의 <누나야>이다. 가끔 몇몇 누나들 보고 싶을 때 산울림의 <누나야>를 듣곤 한다. ㅇㅇ.


4. 이처럼 내가 누나들을 좀 좋아한다. 예전부터 좀 좋아해서, 나는 분명 결혼도 누나랑 하게 되지 않을까, 어릴 때는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곤 했는데, 묘하게도 와이팡 되는 사람은 누나도 동생도 아니다.


그럼 동갑이겠네. 생각하시겠지만 맞습니다, 동갑. 다만 동갑도 보통의 동갑이 아니고, 생년월일이 같은, 그야말로 나와는 같은 날 태어난,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같은 사람과 지금 한 집에 살고 있다. 첫 만남에 서로의 민증을 까고서는 어머나 세상에 이게 웬일이야, 를 시작으로 어머어머 인연인가 봐, 하면서 진짜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달까.


많은 부부들이, 으으으 우리가 비록 같은 날 나지는 못하였지만, 갈 때는 같은 날 갑시다아아아아, 하고는 하는데, 우리는 같은 날 태어났으니 뭔가 조건이 조금은 더 유리한 것 아닌가 싶고. (아님) ㅋㅋ


5. 요즘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열풍, 광풍, 태풍이 대단하다. 풍풍풍.


책의 저자 황보름 작가님과는 재미나고도 묘한 인연으로 묶여있는 사이인데, 무명 글쟁이 이경 저저, 베셀 작가 황보름 작가에게 묻어 갈라고 용을 쓰는구나 싶겠지만, 맞습니다. 부인하지 않겠다! 보름 작가님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며 차트 정상을 향해 영차영차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이럴 때 저는 묻어가야 하는 겁니다! 저 좀 끌고 가요 보름 작가님!


여튼 보름 작가님 분명 나랑 동갑이거나, 나보다 한 살 많거나 적을 텐데, 보름 작가님은 공식적으로 나이를 밝히고 있지 않아서, 그냥 속으로 누나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야 훗날 밥이라도 한번 더 얻어먹지 않겠는가 하는 속셈인데, 요즘 보름 작가님 책이 너무 잘나가니까능 하루하루 아픈 배를 쥐어잡으며 질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으으으으으. ㅋㅋㅋ.


그렇다면 나와 보름 작가님의 인연이란 당최 무엇인가.


내가 보름 작가님의 글을 처음 읽은 것은 브런치에서였는데, 제목이 <책이 오던 날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였나, 이런 제목의 글이었다. 내용인즉슨 보름 작가님 데뷔작을 투고로 내었는데 그 책이 바로 어떤책 출판사에서 나온 <매일 읽겠습니다>였고, 그 책이 집으로 오던 날 작가님의 어머님께서 눈물을 흘리셨다 하는.


그때 나는 한참 출판사에 투고를 하던 작가 지망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보름 작가님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고,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나나 보름 작가님은 첫 책을 투고로 해서 내었다... 하는 공통점이 있겠고.


또 하나의 인연이라면 보름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이 티라미수더북 출판사에서 나온 <난생처음 킥복싱>인데, 이게 '난생처음' 시리즈의 첫 책이다.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 내가 쓴 <난생처음 내 책>이니까능, 아아, 시리즈의 신호탄을 보름 작가님이 쏘셨다, 보름 작가님이 아니었더라면 내 책 <난생처음 내 책>의 방향도 달라지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보름보름황보름 작가님은 <난생처음 내 책>의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다, 근데 보름 작가님을 가리켜 엄마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능, 이모나 누나라고 불러야겠다, 하고 있는 것인데, 여하튼 이게 두 번째 인연이라면 인연이겠고, 이런 연유로 인하여 보름 작가님과 나는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편집자 분과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런 인연은 또 한 번 이어지니 내 두 번째 책은 뜻밖 출판사에서 나온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인데 보름 작가님 역시 세 번째 책으로 뜻밖 출판사에서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를 내셨으니, 아니 무슨 책 세 권 내는데 출판사 두 곳이 겹치는가, 출판업계 좁다 좁아! 하는 인연으로 베셀 작가 보름 작가님과 온라인 친구로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엣헴.


보름 작가님과 처음 온라인 친구가 되었을 때 던진 질문이, 작가님은 황 씨인가요, 황보 씨인가요, 였는데 -_-;; 보름 작가님의 성도 제대로 모르던 그런 시절을 지나 최근의 보름 작가님 책 차트 성적을 보면 너무너무 잘되고 있어서 아아, 보름 작가님, 짱 멋지다, 대단하다, 훌륭하다, 내 책도 아닌데 기분이 좋다, 하는 마음과 역시 배가 너무 아프다. 으으으으. ㅋㅋ


보름 작가님, 네 번째 책으로 이렇게 차트를 점령하고 계시니까능 나로서는 한번 더, 원몰타임, 보름 작가님과 비스무리한 우연 혹은 인연을 만들어야지, 나도 네 번째 책은 좀 잘 팔고 싶다, 영차영차 하고 있는데 책의 미래는 며느리도 몰라, 그 누구도 몰라. 몰라 몰라 알 수가 없어. 그러니 누나들이 많이 도와주세영.


6. 이렇게 긴 글을 다 읽어주시는 분이 있을까 싶은데, 몇몇 누나들은 읽어주시겠지요...

누나 누나 만세 만세 만만세...


아무튼 에세이 중에 <아무튼, 언니>가 있던데, <아무튼, 누나>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중년의 머리 벗겨지고, 배 나온 남성의 글이 될 것이라는 걸 감안하니 역시 이쯤에서 때려치우는 걸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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