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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콜링과 까치발

by 이경


https://youtu.be/jpaPYhzxRJo




<불후의 명곡>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말 싫어하는 프로라서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불후의 명곡> 포함, 과거 추억팔이, 추억보정, 실력 없는 원히트원더의 한탕주의를 도와주는 음악 프로는 대개 별로라서 될 수 있으면 모두 폐지시킨 다음, <콘서트7080>을 부활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든 뮤지션이 자기보다 어린 후배의 음악을 커버하는 것도 어쩐지 멋이 없는 것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다. 후배 뮤지션을 향한 리스펙트가 음악에 녹아드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저 개인의 영화를 위해 어린 뮤지션의 음악을 훔쳐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최성수가 부른 <명동콜링>은 이렇듯 내가 싫어하는 상황이 모두 모여있지만, 싫어하지 않기로 한다.


코로나 시대 이후 뉴스에서 분위기가 변한 동네를 비출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명동' 아닐까. 그 임대료 비싼 동네가 텅텅 비어져가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쓸쓸하다. 서울 사람으로서 명동이라는 장소에 추억이 없는 사람은 드물겠지. 최성수가 부른 <명동콜링>에는 그렇게 세월의 흐름과 변해버린 거리의 쓸쓸함마저 묻어나는 듯하다.


크라잉넛의 원곡, 카더가든의 커버, 최성수의 커버 버전 중 최고를 꼽으라면 최성수의 음악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어린 시절, 명동 밀레오레 앞은 자주 약속의 장소가 되어주었다. 그 앞에서 명동 골목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인파'의 뜻, 사람으로 이루어진 물결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키가 몹시도 작았던 그 아이는 명동에서 약속을 하는 날에는 꼭 까치발을 들어야만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 눈에는 사람들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으므로.


그는 그렇게 명동 거리 끝 밀레오레 앞에서 까치발을 들고는 나를 기다려주었다. 둥둥 떠다니는 수많은 머리통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 하나를 찾기 위해.


그러니까, 젊은 날, 나에게도 한때는 까치발을 들고서 기다려주던 사람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까치발'이라는 단어에 애틋함을 느끼는 데에는 이렇듯 명동 거리의 수많은 인파와 키가 작은 한 사람으로부터 기인한다.



<명동콜링>


생각해 보면 영화 같았지

관객도 없고 극장도 없는

언제나 우리들은 영화였지


보고 싶다 예쁜 그대 돌아오라

나의 궁전으로

갑자기 추억들이 춤을 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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