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라는 거, 한 달에 한 다섯 권 완독 할 수 있다면, 1년에 60권이고, 그렇게 평생 50년 정도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람이 살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3,000권 정도가 아닐까. 이것도 물론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숫자죠.
이렇게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책의 숫자가 어느 정도 한정돼 있다 보니, 누군가는 세월로 검증된 고전만 읽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누군가 제가 쓴 책을 읽어준다는 건 하나의 기적 같은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요. 평생 모르고 지내던 누군가가, 자신에게 주어진 3,000이란 숫자에서 하나를 할애해 제가 쓴 책을 읽어준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일처럼 느껴진달까요. 그러니까 누군가 저를 위해 시간을 써주는 일이요.
3년 전, 편집자k는 제가 투고한 원고를 보고서는 일만 자에 가까운 답장을 주었는데요. 일만 자의 답장 내용은 '반려'였었죠. 이 원고 그대로는 책으로 낼 수 없다,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단순히 출판사의 출간 방향이 맞지 않아서 반려한다는, 두 세줄의 글이면 충분했을 텐데, 편집자k는 흔하디 흔한 투고자에 불과했을 저를 위해, 일만 자를 타이핑할 시간과 마음을 써준 거죠.
타인을 위해 시간을 써주는 일.
당시 저는 그게 너무나 아름다운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던 작가 지망생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일이요. 결국 편집자k는 저의 첫 책과 두 번째 책의 담당 편집자님이 되어주셨는데요.
이런 과정이 있어서 그런 건지, 저는 누군가 우연히 제가 쓴 책을 읽어주고, 그 읽음이 완독으로 이어져서 서평으로까지 올라오면, 저 사람이 가진 3,000중 하나를 내가 가졌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듭니다. 당연하게도 세상엔 저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 쓴 좋은 글과 좋은 책들이 있으니깐요.
오늘 알라딘에는<작가의 목소리> 백자평이 하나 올라왔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이 백자평을 올려주신 분은 제 전작인 <난생처음 내 책>을 읽으시곤 블로그에 서평을 남겨주셨던 분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분은 평생 읽을 수 있는 크지 않은 책의 숫자에서 두 번이나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제가 쓴 책을 읽어주신 거죠.
책에도 썼지만, 저는 SNS에 시답잖은 말투로 농담처럼 자주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에도 그 안에 제가 하고픈 말은 있고, 때로는 아 이거 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작가의 목소리>는 특히나 그렇게 쓰인 글이 틀림없습니다. 쓰고 보니 하나의 거대한 농담 덩어리 같은 글이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그저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제가 전하고픈 말을 읽어주지 않을까.
알라딘에 올라온 백자평을 보는데, 제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신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쓴 책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읽어주신다고 생각하니, 저는 조금 울컥하게 됩니다.
요즘 책 내고, 부쩍 더 농을 던지지만, 제가 쓴 글과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정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인친 분께서 찍어주신 사진인데, 처음에는 투명해서 잘 몰랐는데, 다시 보니 인덱스가 가득. 여러분, 이분은 지금까지 제가 낸 책 4종을 모두 읽어주신 천사와 같은 분인데요. 여느 뛰어난 작가의 책을 놔두고 저 같은 무명 글쟁이의 책 4종을 다 읽어주셨다는 것은, 제가 비록 무명이긴 하지만 글은 좀 괜찮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각자 가지고 계신 3,000에서 하나는 저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