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목소리>에는 흔히 책에 붙는 '추천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출판업계에 엄지발가락 담그고 참방참방 물장난 치기 전에는 '추천사'라는 게 순수하게 책을 읽고서 아, 이 책 좋다, 정말 좋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추천한다,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추천사에는 어느 정도의 사례금이 붙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조금 놀랐었다, 하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게 돈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사례금을 받고 추천사를 쓰는 일이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고요. 추천사도 하나의 청탁 원고라고 생각하면, 수긍이 가고 이해가 되는 것도 같습니다. 다만 정말 마음이 가서 추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돈의 힘으로 마음이 살짝 더 기우는 것인지는 추천사를 쓰는 개개인의 성격과 입장에 따라 달라질 테니 차치하고요.
그냥 나만 너무 순진하게 살아왔던 게 아닌가 싶어서,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갈까 걱정이 되었달까요. 아아, 순진무구하다 이경. 그러니까 저같이 촌스러운 인간이 고오급 레스토랑 메뉴판 보면서 에에에, 여기는 왜 부가세가 별도로 표기되어있는 것이냐, 에에에에,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보통 추천사 한번 받는데 2~3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던데, 내가 내 책 여기저기 추천하는 게시물 하나 올릴 때마다 스스로 20만 원 버는 거 아닌가... 하는 멍청한 생각이 들다가도, 아 나는 추천사를 쓰는 분들만큼 영향력이 없지 참, 하면서 서글픈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겁니다. 네네.
그러니 저보다 영향력이 크신 북리뷰어, 서평가, 북스타그래머, 책스타그래머 선생님들은 이러한 저를 어여삐, 가여삐, 쁘띠쁘띠 여기셔서 여기저기 제 책을 좀 추천해달라, 홍보해달라, 입소문을 내달라 하는 이야기예요. 네? 아, 물론 책이 좋다면 말입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책의 추천사라는 게 음악에서의 피처링(featuring)과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00년대, 한국 음악 씬에 힙합 장르가 스멀스멀 피어나면서 이 피처링이라는 개념도 같이 생겨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처음 피처링이라는 게 알려졌을 때는 이게 친분에 따른 우정 출연의 개념으로 알려졌달까요.
그래서 재미난 일화도 있는데, 뮤지션 이소라가 래퍼 김진표에게 피처링 제안을 하고, 곡 녹음을 모두 마친 후에 돈봉투를 건넸다고 해요? 그때 김진표는 피처링은 돈을 받고 하는 게 아니다, 우정으로 그냥 해주는 거다, 라며 손사래를 쳤다고 알려졌는데 그 후에 이소라와 김진표 사이에 피처링에 대한 대가가 오갔는지에 대한 후일담은 제가 그분들과 친분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한때는 피처링이라는 게 이렇게 무상 서비스, 재능 기부의 개념으로 알려졌었다 하는 것. 네?
그런데 요즘은 뭐 피처링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돈이, 뮤지션의 네임 벨류에 따라서는 상당히 큰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죠? 제 생각엔 아마 책의 추천사도 이 음악에서의 피처링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외국의 문화가 한 나라로 유입, 이동할 때는 정형화되어 움직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는데요. 음악에서의 피처링이나, 책에 붙는 추천사도 당연히 한국에서 생겨난 문화는 아닐 테고, 외국에서 먼저 생겨난 문화일 텐데, 이렇게 추천사에 사례가 붙는 사례가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혹은 외국에 없던 사례가 한국이라는 땅에 옮겨오면서 사례가 붙은 것인지 추천사의 사례에 대한 사례를 생각하니 사레가 들릴 것 같네. 쿨럭쿨럭 켁켁.
지금까지 책 네 종을 내면서 이렇다 할 추천사 한번 받아보지 못한 무명 글쟁이 이경, 오로지 독자들의 입소문 만을 믿고 나아간다, 네? 4~50대 누나들의 입소문을 믿는다, 네? 도와주십셔, 굽신굽신.
그럼 이만, 총총.
덧)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고 아, 무명 글쟁이 이경은 책에 붙는 추천사를 싫어하는구나, 추천사를 고깝게 여기는구나,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까 봐 이야기하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도 어떤 책은 단 한 줄의 추천사에 끌리기도 하고, 추천사를 쓰는 대부분의 분들은 돈과는 상관없이 정말 진심이 우러나와 쓰시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요. 출간 후에 출판사에서 이벤트로 꾸리는 서평단도 어찌 보면 독자들에게 받는 추천사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요지는 그냥 <작가의 목소리> 리뷰 많이 써달라는 이야기가 아닐런지.
네네. 그럼 진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