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작가의 목소리> 예스24 판매지수가 2800대다. 오늘은 2838. 뭔가 이판사판 분위기다. 몇 권만 팔리면 3,000 고지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3000이란 숫자가 요원하다. 판매지수가 책 판매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쩐지 3,000이란 숫자에는 욕심이 난다. 책을 알려야겠다. 기다려 예스.
하지만, 책을 파는 법은 알 수가 없다. 좌삼삼 우삼삼 머리를 굴려봐도 알 수 없다. 그간 함께 작업했던 베테랑 편집자님들도 책을 만드는 법에는 모두 일가견이 있지만, 어쩐지 책을 널리 알리고 파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신 없어하는 눈치다.
옛날, 구시대라고나 할까. 그때는 신문에 광고를 때리면 다음날 책이 쑥쑥 쭉쭉 쫙쫙 팔렸다고 한다. 스마트폰도 넷플릭스도 디즈니도 없던 시대이니 이해가 간다. 이제는 지하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신문은커녕 책 보는 이도 없다. 혹여나 지하철에서 책이라도 보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날에는, 그날은 로또를 사봄직 할 정도.
잘 팔리는 책의 비밀 중 하나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그때부터 책은 절로 팔리게 되어있다, 하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리하여 일부 출판사에서는 무리하게 책 사재기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걸리면 또 발뺌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증거가 명백하면 출판사 대표가 회사를 때려치우기도 하고, 대표가 좀 뻔뻔한 사람이다 싶으면 꼬리를 자르기도 하고, 아무튼 이 출판이란 세계도 이러한 장면을 보고 있으면 여간 스펙터클한 것이 아니다.
베스트셀러의 책이 절로 잘 팔리는 것. 그리고 가끔 몇몇 독립서점 등에서 판매하는 블라인드북이라등가, 생일 책 같은 것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 아아, 지금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 어떤 책을 원하는지 좀처럼 알지 못하는구나, 싶어 진다.
그럴 때 이경의 <작가의 목소리>를 읽어준다면 좋으련만. 그렇다면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예스24 판매지수가 3,000을 넘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여하튼 나로서는 이번이 네 번째 책이다. 첫 책은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라는 이유로 잘 안 될 수 있다고 치고. 두 번째 책은 뭐 소포모어 징크스랄까, 물론 징크스라 할 만큼 첫 책이 잘 팔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소포모어어어어 징크스라고 치고. 세 번째 책은 삼세판의 나라이니 만큼, 한번 안 팔린 책 그래 뭐, 세 번째 까진 안 팔릴 수 있지, 싶어서 그렇다고 치고.
드디어 네 번째. 이번에는 나도 절벽 끝에 서 있다,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 하지만 훗날 네 번째 책도 잘 팔리지 않는다면, 아 뭐, 사는 죽을 사 아니겠습니까, 엘리베이터도 숫자 4는 재수 없어서 F라고 표기하는 빌어먹을 세상, 책 따위 안 팔릴 수도 있지, 하면서 애써 자위를 하게 되겠지.
당최, 도대체, 대체 책이란 것은 어떻게 팔아야 하는 것인가. 신문 광고가 사라진 대신 요즘은 모든 것이 광고판이 되어버렸다. 대형 서점에서는 노출이 높은 매대에 가격을 매기고, 온라인 서점에서는 쥐젖 정도의 크기로 AD 표기를 하며 광고임을 알린다.
기획출판의 세계란 그 시작부터가 돈이라, 출판사에서 책을 하나 만들어내려면 수백에서 일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든다. 내가 살면서 언제 이런 투자를 받아보겠는가. 글이나 쓰니까 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같은 집에 사는 여성에게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만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가 까였던 내가 아니던가.
그러니 출판사에 내 책에 조그마한 광고라도 걸어주는 날에는 나는 이거 이거, 괜찮은 걸까, 광고비의 본전은 뽑을 수 있을까 싶어, 송구하도고 민망한 마음이 든다. 어느 날에는 담당 편집자님에게 그러한 마음을 전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편집자님 왈, 이보게, 이경, 출판사에서는 자네 책이 좋고, 잘 팔릴 수 있다고 판단을 하여 광고를 하는 것이라네,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말게나, 하는 이야기를 전해 주어, 한결 마음을 놓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책은 광고를 한다고 해서 잘 팔리는 물건은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요즘처럼 모든 것이 광고판인 세상에서는. 대체 어느 곳에 광고를 해야 책이 더 알려질 수 있는 걸까. TV에 소개되든가, 인플루언서가 한마디 해주면 꽤나 책이 알려지는 것 같긴 하다.
역시 김영하 북클럽 추천 책이 답인 걸까... 김영하 작가님... 김영하 작가님!!!
<언어의 온도>로 초대박을 친 이기주 작가는 앞선 책들의 판매가 여의치 않자, 하루에 직접 몇 군데의 서점을 돌며 자신의 책을 알렸다고 한다. 그런 영업의 행위랄까, 자기 PR 역시 호감형 얼굴의 이기주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시커먼 얼굴에,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툭 튀어나와, 얼핏 보면 사람인지 외계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나의 몽타주로서는 이기주 작가의 방법을 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답답한지고...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 '책... 파... 는... 법...'을 검색해 본다. 유유 출판사의 책 <책 파는 법>이 나오네... 결국 또 이렇게 내 책을 홍보하려다 다른 출판사의 책이나 알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문득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에세이 베스트셀러 차트를 보았다. 위로와 힐링, 공감 등이 여전히 잘 팔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글러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진다. 나는 책에서 누군가 나를 이해하려 들면, 화가 나던데...
당신 잘하고 있어요, 당신은 잘못되지 않았어요, 힘을 내세요, 하는 문구 따위를 보고 있으면... 저기, 울 엄마도 저보고 정신 차리라고 하던데... 하는 말을 전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엄마 미안해...
책을 잘 팔 수 있는 법은 무엇일까.
모르겠고 내일 예스24 판매지수 3,000 고지를 밟고 싶습니다.
오늘의 예스24 판매지수는 이판사판 2838. 3000까지 남은 숫자는 162.
판매지수 162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게 썼으면, 좀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