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분이 하나 생겼다. 내가 올리는 글마다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주는데, 그 댓글이라는 게 너무 따듯해서 보고 있으면 괜스레 눈물이 날 지경이다.
요 몇 년 간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눈물이 좀 늘었는데,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이 부족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분이 나에게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팬, 그래 그건 분명 팬이라는 단어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그는 일본에 살고 있는데, 처음에는 내 세 번째 책 <난생처음 내 책>을 주문해 보았다고 한다. 일본에서 책을 주문했을 때의 배송료를 물어보니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책값이나 배송료나 비슷하게 나오는 일도 있다고 했다.
자신이 사는 곳으로 바로 책을 받은 것은 아니고, 한국에 계신 어머님 댁으로 책을 보냈다가, 어머니의 반찬과 함께 책을 받았다고 했다. 전자책으로 보아도 될 텐데 번거롭게 굳이 종이책으로 봐주시는 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신작 <작가의 목소리>와 함께 이전작들까지 세 권의 책을 받았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다. 그러니까 일본에 계시면서 지금껏 내가 냈던 네 종의 책을 모두 주문하셨다는 이야기.
그는 신간 <작가의 목소리>를 읽기 위해서 먼저 받았던 <난생처음 내 책>을 서둘러 완독을 했고, 책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멋지게 리뷰를 쓰고 싶지만, 글재주가 없으니 책에서 공감했던 부분들을 조잘조잘거려보겠다며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어쩐지 그 '조잘조잘'이라는 표현이 사랑스러웠다.
앞서 그가 나의 팬이라고 썼지만, 유독 그가 달아주는 댓글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보면, 내가 그의 팬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그는 페친은 아니라 이 글을 읽을 순 없다.)
책을 내고서 후회가 되는 하나가 있다면, 나는 왜 진작에 어려서부터 책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가끔 이렇게 내가 쓰는 글을 좋아해 주는 분을 만나게 되면 그런 후회는 조금 더 덩치를 키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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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짐을 하게 되는 게 있다면, 앞으로도 될 수 있으면 얼굴을 드러내지 말고 글을 써야지... 혹여나 내 글을 보고 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실망을 시켜드리면 아니 되므로...
코로나 잠잠해지면 올해 한 작가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작가님 왈 나를 생각하면 소년이 떠오른다고 해서 몹시 곤란한 상황이다. 머리 벗겨지고 배 나오고 못생긴 중년남과 소년의 갭을 무슨 수로 메울까 싶어서, 코로나가 사라진다한들 약속을 계속 미뤄야 할 상황이다...
글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웬만한 글은 글쓴이보다 훌륭하다는 점이다. 올해는 안티에이징, 미모를 좀 가꾸어야지...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