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인간들은 왜 다 그 모양인가

by 이경


책대담배.jpg 조지 오웰 <책 대 담배>



실제 나이는 서른다섯이지만, 외모로는 쉰 살로 보이는 사람. 대머리에다 하지정맥류를 앓는 사람. 안경을 쓰는데 습관적으로 잃어버리는 사람. 평소 같으면 영양실조 상태일 테지만, 돈이 생기면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 빚쟁이들이 찾아오고 세금이 밀려있는 사람.


조지 오웰의 수필 <어느 서평가의 고백>에 나오는 '작가'에 대한 묘사다. 작가들은 얼추 다 비슷하다고.

조지 오웰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낄낄거리며 읽게 되는 글이다. 그러게. 작가들은 왜 다 그 모양인가.


<작가의 목소리>에 '작가가 되면 좋은 점'을 써두었는데, 가장 좋은 점은 잘난 척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있다면 이렇게 작가의 단점이랄까, 바보(?) 같은 모습을 나열해놓고서, 아 이거 사실 제 얘기인데요? 하면서 낄낄 거릴 수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작가의 한심함을 이야기하는 글을 읽어도, 작가 지망생 시절에는 낄낄거리며 웃기에는 그 한심한 '작가'조차 되지 못한 지망생이라는 신분을 생각하면 뭔가 열등감을 내비치는 것 같았으므로.


2018년, 딱 1년만 출판사에 투고를 해보고 답이 나오지 않으면 작가고 뭐고 때려치우겠다, 하는 생각을 하였으나, 어째서인지 나는 '1년 더!'를 외치고 2019년에 투고 성공 후 데뷔작을 내게 되었다.


2018년에 출판사 편집자 누구 하나라도, 아아 당신 글은 당최 답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렇게 투고를 하기에는 귀하가 사용하는 인터넷 비용이 너무 아깝군요, 같은 말만 해주었더라도, 나는 애진작에 작가의 꿈을 버렸을 텐데, 때려치울까 말까 어쩔까 싶을 때마다 출판 편집자들은 희망고문 덩어리를 하나씩 던져주었던 것이다.


글을 계속 쓰라는 둥, 2년 전이었으면 계약했을 거라는 둥, 원고가 탐나지만 우리 회사가 좀 약하다는 둥, 뭐 그런 포기하기에는 또 애매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지난 주말 가족과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초딩4년 아들 1호가 요즘 같은 반 여자 아이들이 자기한테 말을 많이 건다면서, 학교가 끝나면 여자 아이들이 자기와 같이 하굣길에 오르고 싶어 한다는 말을 하여,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빠져서는, 아 그러니, 너 지금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다고 거드름을 피우는구나 싶어서, 헤헤헤 아빠는 요즘 작가가 되고 나서 인기가 좀 생겼어, 하고서 아들에게 뒤쳐지기 싫어 오바를 좀 떨었더니, 뒤에서 대화를 듣던 아내가 말하길, 아들아 아빠가 작가가 되어서 인기가 좀 생긴 것은 글에는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글에 얼굴이 보였다면 너희 아빠는...(중략...)


뭐 그 오래전 조지 오웰이 말한 작가나 지금 시대의 작가나 달라진 건 없는 듯하다. 35세에 50세로 보이는 얼굴에, 대머리에, 하지정맥류에, 아들에게조차 질투를 느끼는 못난 구석을 가지고 있는.


여하튼 나는 여성 작가 지망생 분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지만, 남성 작가 지망생들에겐, 아아 작가 그거 해서 무엇하시겠습니까, 그냥 때려치우시는 편이 낫습니다, 하고서 말하고 싶기도 한데, 그 이유로는 역시나 남성 작가 지망생은 언제 나와 동종업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조지 오웰의 글을 읽다가 너무 재밌어서 끄적여보는 글이다.


'책과 일종의 직업적인 관계를 맺기 전까지 대부분의 책이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어느 서평가의 고백>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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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판사 대표님이 제보를 주셨는데, 다음 메인에서 내 브런치북이 보인다고. 해당 브런치북에 쓰인 글은 모두 신간 <작가의 목소리>에 수록되었다. 나는 브런치 메인화면에 브런치북이 소개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음 메인에도 소개가 되었나 보다. 땡큐 브런치.


그 덕에 요 며칠 브런치 조회수가 좀 늘었고, 새로운 구독자분들도 좀 생겨났다. 다들 반갑습니다.

아마도, 이 무명 글쟁이의 글을 보았더니 헛소리가 심한데 앞으로 또 어떤 헛소리를 해댈까 궁금하군, 싶어서 구독 버튼을 눌러주신 게 아닐까 싶은데요. 책이나 좀 사주세요.


요즘처럼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에 책 사달라는 이야기만큼 심한 헛소리가 있겠습니까. 네?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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