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시선으로 몰이해에 빠져...

by 이경


점심시간이라고 하기엔 다소 늦은 오후 두 시 삼십여분, 사랑해마지않는 샐러디에 들러, 메뉴는 늘 항상 먹는 걸로, 할라피뇨치킨웜볼을 시켜 아삭아삭 우걱우걱 처묵처묵 처처묵 츄릅츄릅 츄츄릅 먹고서는 사무실에 앉아 이제 일을 좀 해볼까 하니, 따뜻한 봄기운의 햇볕에 눈이 살짝 감기려고 하여... 대충 잠 깨려고 아무 말이나 타이핑해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문득 내가 얼마나 편협한 인간인가. 몰이해. 뭘 이해해. 몰라몰라, 이해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에 대해 떠들어보면 어떠할까 싶다.


본론으로 들어가 <작가의 목소리>에 글을 쓰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하는 이야기를 해두었다. 오장육부가 뒤틀려 각혈을 하고 피똥을 싸가며 a4 수십 장에 달하는 글을 써서 책이라고 내봐야, 천 권 팔기도 힘든 세상이다. 그 책 또 다 읽으려면 최소 한 시간에서 두어 시간은 걸리는데,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두어 시간을 할애하며 책 하나를 완독 해주는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에 반해 릴스니 쇼츠니 하는 10여 초의 짧은 콘텐츠 동영상의 조회수는 수십 만에 달하는 세상이니, 지금이라도 아, 나는 글을 써봐야겠다, 글을 써서 책을 내봐야겠다, 하는 사람이 있거들랑, 그런 거 하지 마시고들 당장 댄스 학원에 등록하여 방송 댄스라도 좀 익히시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하는 말을 하고픈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조차도 어째서인지 여전히 글쓰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니, 이것은 어쩌면 아직도 릴스니 쇼츠니 하는 인싸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언제부터인가, 릴스니 쇼츠니 하는 짧은 동영상에서 사람들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조금은 거만한 듯한, 혹은 치명적인 듯한, 그것도 아니면 귀엽거나 섹시한 듯한, 여하간 글 쓰는 사람의 우울하고 침울하고 암울한 얼굴에 비해서는 재수 없으리만큼 건강하고 화사한 기운을 가지고서 그들은 춤을 추고 있는데, 잘 추면 잘 추는 대로, 못 추면 못 추는 대로, 나는 배알이 꼴리는 것이다.


이 인간들은 인싸로구나. 틀림없는 인싸로구나. 내 배알이 꼴리는 데에는 그들이 바로 인싸라고 하는, 나와는 전연 다른 부류의 인간들임에 있다. 모니터 속 백지와 맞짱을 떠가며, 관자놀이를 눌러가며, 다리를 떨어가며, 신음해가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글 따위나 쓰고 있는 앗싸 외톨이들과는 분명 다른 부류의 인간들. 으으, 꼴린다 배알...


확실히 나는 그 릴스니 쇼츠니 하는 문화의 몰이해에 빠져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러 명이서 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띠리띠띠 하는 비트에 맞추어 상체는 그대로 얼음이 된 것 마냥 유지해가며 오로지 하체만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동영상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며, 이것은 좀비로구나, 움직임이 징그러운 것을 보니 분명히 좀비 떼를 뜻하는 거로구나 생각하였으나, 그것이 실은 좀비가 아니라 '지구방위대'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몰이해인 것이다. 뭘 이해해, 몰라몰라, 내가 보기엔 분명 좀비였는데, 하는 생각에 그들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 하나하나 모두 인싸가 틀림없으렷다. 지구방위대의 모양을 갖추려면 하나나 둘은 택도 없고, 셋이나 넷도 어색하다. 역시 최소 다섯 정도가 모여야 지구방위대로서의 위용을 갖추기에 적당하다. 다섯이라니. 인싸가 아니고서야 그런 숫자가 만들어질 리 없다. 인싸가 아니고서야...


몇 해 전부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글 따위나 쓰고 있는 나에게는, 우리도 한번 지구방위대 릴스 한번 찍어보자, 말 걸어주는 친구도 없을뿐더러, 스스로 앞장서서 그런 걸 해보고자 하는 의지 또한 박약한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이렇게 릴스니 쇼츠니 인기 있는 인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배알이나 꼴려가며, 졸릴 때는 이렇게 아무 말이나 해대며, 잠이나 쫓아내며, 책 홍보나 해대며...


아, 잠이 달아나질 않네요. 봄입니다.

같이 릴스 찍을 친구 없는 동병상련의 앗싸분들은 제 책이나 좀 읽어주세요. 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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