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밖에서 장시간 머무를 일이 있어서, 서점에 들러 판형이 작은 책 하나를 샀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했던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라는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가 쓴 책인데, 책도 프린스턴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왔다. 국내 출판사는 비트겐슈타인 덕후 출판사로 알려진 '필로소픽' 출판사. 여하튼 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철학과 교수의 글이라니, 상상만 해도 재미없을 것 같다.
일단 본문이 70페이지 밖에 안되는데, 나는 지금 이 글을 20페이지 정도 읽고서 쓰는 중이다. 페이지가 얼마 안 돼서 분명 며칠에 걸친다면 완독을 할 수는 있겠지만, 숙독이 약한 나로서는 속독으로는 어림 반푼 없고 정독을 해야만, 그것도 재독 삼독 사독을 해야만 그나마 오독을 피할 수 있을 책이 아닌가 싶다.
일단 원제 <ON BULLSHIT>의 불쉿을 '개소리'로 번역한 것에 대해 수긍을 할 수 있느냐가 이 책을 읽는 첫 허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70페이지의 본문 이후에 나오는 옮긴이의 글을 통해 불쉿을 개소리로 번역한 이유가 나온다. 역자의 말 이후로는 서울대 철학과 교수의 해제가 나오는데... 음 그러니까 이 책은 본문-역자의글-해설 세 파트로 나뉜 책인데 역자의 글을 읽을 때 마음이 제일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후우.
어쨌든 본문 20페이지까지에서는 '개소리', '협잡', '거짓말' 같은 단어들이 가지는 뜻이나 뉘앙스 등의 차이를 이야기하는데 읽고 있으면 언어의 도식화랄까, 비슷한 의미의 단어들을 끌어모아 결대로 나누어 분석하는 게 마치 단어로 만들어진 페스츄리를 보는 거 같다... 하는 건 그냥 개소리입니다.
아직 20페이지까지밖에 안 읽어서 좀 더 읽어보겠습니다. 근데 진짜 좀 어려워서 머리 좀 가벼울 때 읽어야 할 거 같아영... 그러니 제 책이나 홍보하겠습니다.
<개소리에 대하여>에 재미난 단어가 나오는데요. 바로 '개소리 예술가(불쉿 아티스트)'입니다. 뜻으로 '헛소리를 잘 믿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고요. 으엌. 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의 목소리>를 작업하면서 출판사에서 파트별 목차 제목을 보여주는데, 첫 파트 제목이 '작가의 헛소리' 아니겠습니까. 작가의 헛소리!
다른 작가 선생님들이라면, 글쎄요. 헛소리라니, 내 글을 뭘로 보고! 하고서 기분 나빠할 사람이 있을런지 몰라도 저는 이 '헛소리'라는 파트 제목이 되게 맘에 들었거든요.
비코즈 어째서냐하면 왜냐하면 사실상 진짜 헛소리에 가까운 글들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해서 오히려 난센스에 가까운 글이 아닌가. 그래서 출간 전 책 작업을 하면서 이런 헛소리를 보고서 많은 분들이 욕을 하면 어쩌나 걱정과 근심에 빠지기도 했는데 의외로 많이들 재밌어해 주신다, 네?
그런 점에서 저야말로 <개소리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개소리 예술가'가 아닌가. 네? 멍멍.
제가 좋아하는 헛소리 트랙으로는 라이언 레슬리의 <Gibberish(횡설수설)>가 있는데영. 라이언 레슬리는 하버드 출신인데... <개소리에 대하여>도 그렇고 아이비리그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다들 헛소리를 좋아하는가... 쳇.
암튼 라이언 레슬리의 <쥐버리쉬>를 들으며 <개소리에 대하여>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척하며 기승전<작가의 목소리> 책 홍보 게시물이었다는 말씀, 엣헴.
이상 개소리 예술가였습니다.
라이언 레슬리 쥐버리시 메이킹 영상이나 보고 듣고 가세영. 네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횡설수설인지. ㅇㅇ.
https://www.youtube.com/watch?v=uHodee8Kf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