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엄청 크고 동그랗고 불그스름한 달이 떴다. 예쁘네, 슈퍼문인가? 사진 찍어야지 하고서 보니 어쩐지 달의 표정이 날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아.
여의도에서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엔 항상 여의교라는 다리를 건너는데, 작년에는 이 다리를 건너면서 자주 멈춰 서서는 한참을 하늘이며 구름을 보다가 다시 걷곤 했다.
올해는 이렇게 큰 달이 아니고서야,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니 작년에 비하면 형편이 좀 나아진 걸까.
영화 <레옹>에서 인생이란 원래 이렇게 힘든 거냐고, 어릴 때만 힘든 거냐는 마틸다의 질문에 항상 어렵다고 답하는 레옹의 대화를 요즘 자주 떠올린다.
아, 그치그치 삶은 언제나 힘든 거겠지. 누구에게나 각자의 고민과 부침이 있는 거겠지 뭐 그런 생각.
토요일에 5,000원어치 산 로또는 5,000원에 당첨되어 결국 도돌이표 본전이다. 인생역전은 이렇게 또 실패입니다. 다음 주에 다시 한번 인생역전을 노려보겠습니다.
요즘 들어 전업으로 글 쓰는 분들이 많이 부럽다. 돈 버는 일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스트레스받지 아니하며, 매일 인터넷에 시답잖은 잡문이나 올리면서 사람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낄낄낄 거리고 싶다.
제목만 말해도 누구라도 알 만한 히트작을 내고는 어디 글쓰기 클래스 같은 거 열어서, 아하하 여러분들 지금 글쓰기를 배우려고 저에게 오신 겁니까? 그렇다면 제가 저의 노하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래 봬도 제가 책을 여럿 낸 작가 아니겠습니까, 하면서 되도 않는 잘난 척을 해 보이고 싶다.
로또 말고는 당장 전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삶 따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처량함이 몰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커다랗고 동그랗고 불그스름한 달덩어리도 나를 보고 비웃는가.
천성이 한량인데 한량짓을 못하니 괴로운 것이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둥 힘들다는 둥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둥 해도 아무렴 육체노동보다 힘들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분에게 글쓰기보다는 농사가 어렵지요, 하였더니 농사가 어렵다는 답에 조금의 부정도 서운함도 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다. 글쓰기 따위 암만 어려워 봐야 햇볕에 그을려가며 씨 뿌리고 거두는 일보다 어려울 수 있겠는가.
새벽까지 티비 보고 음악을 들으며 될 수 있는 한 늦게 잠들고는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배를 벅벅 긁으며 일어나 콤푸타 앞에 앉아 늘어지게 하품하고 자판이나 좀 두드려가며 한량짓을 하며 살고 싶다.
슈퍼문에게 그렇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고 싶었는데 저저 커다란 달덩어리가 그거 안 된다고 비웃는 거 같아서 소원을 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