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by 이경


저기요, 아, 죄송합니다만,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말이지요, 이럴 때 저는 여기요 아니면 저기요 하고서 부르곤 하는데, "여기요."라고 말하면 반드시 꼭 이곳을 봐주십사 통사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뭐 따지고 보면 선생님이 저를 꼭 봐주셔야 할 이유랄까, 의무 같은 건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기요, 하고서 계신 곳을 향해 부르는 쪽이 아무래도 좀 더 수월한 편이긴 합니다만, "저기요." 하고 내뱉고 나면 또 이게 마치, "저기요, 적이요, 여기 내가 당신의 적이요, 아임 유어 에네미." 하는 것 같기도 한데요, 아, 그렇지만 단언컨대 제가 선생님의 적이 될 생각일랑 추호도 없다는 것만을 알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거두절미, 저는 글솜씨가 보통인데, 알랭 드 보통 말고 글솜씨가 보통인 저를 좀 좋아해 주시면 안 되는 겁니까. 제가 보통 선생님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 있을랑가 이리저리 암만 따져보아도 무엇 하나 앞서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생각하니 몹시 서글퍼 집니다만, 그래도 뭐 꼭 하나라도 이야기해보자면, 알랭 드 보통은 머리숱이 보통 이하라고 알고 있는데 제가 머리숱만큼은 그래도 보통보다는 많지 않겠는가, 아, 물론 선생님이 그렇게 사람의 외면을 따지고 머리숱을 따지고 그럴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연히 그러하겠지요. 그저 선생님이 보통을 좋아하신다고 하니까 저도 모르게 그만 보통을 한번 이겨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은근슬쩍 생겨나서, 이걸 누군가는 '질투'라고 부르는 것 같기도 하던데 말이지요.


아, 그러니까, 제가, 지금, 질투를 느끼고 있다,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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