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by 이경


엣헴, 하반기 시작, 삼분기 시작, 기념으로다가 오늘은 글을 하나 써보아야지.


며칠 전 테레비를 보는데 그 뭐야, 영화 감독 그러니까 아티스트와 도덕성의 연관성에 대하여 어느 영화제는 괘념치 아니하고, 어디는 나름을 따지고, 어딘가에선 중요시 여긴다는, 그리하여 예로 든 영화 감독이라는 게 어디는 김기덕을 좋아하고, 어디는 홍상수를 좋아하고, 또 어디는 봉준호와 박찬욱을 좋아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


여하튼 시대가 흐르면서 과거와 달리 아티스트의 도덕성을 점차 중요하게 보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되는데, 나야 뭐 영화를 그리 즐겨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서두, 이 음악 관련하여 좋아하던 뮤지숀들이 아차차 사고를 쳐버리면, 전과 달리, 아아 이거 참 어찌해야 하나, 집에 있는 씨디를 냄비받침으로 써야 하는가, 아니면 뮤지숀과 도덕성의 연관성 그런 거 개뿔딱지 모르겠고 음악만 잘하면 장땡이다, 할 수가 있는 건지, 아직 스스로 답을 구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이 곤란함을 안겨주는 뮤지션으로는 역시 aka 섹켈리 알. 켈리가 있겠고오, 국내 뮤지션으로 치면 하아... 아무래도 가을방학 바비정 아저씨겠지영, 네네.


근데 켈리든 바비든, 범죄의 유무를 떠나, 이 가사들이 훌륭하다, 이 음악들이 대단하다, 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연 별개의 일임은 분명하다, 하는 입장을 나는 견지하고 있다.


가령, 가을방학의 <속아도 꿈결>은 '산책'을 가장 멋스럽게 정의 내린 곡이 아닌가, 이상의 <봉별기>를 끌어다 쓴 가사는 가히 천재적 인용이 아니었는가,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데.


부끄럽게도 몇 주 전에서야 이상과 금홍이의 봉별을 다룬 <봉별기>를 읽었는데, 정말 짧은 단편에 너무 많은 감정과 이야기들이 오가니까능, 요즘의 말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켜쥐곤 오지고 지리게 만들어버리는 대단히 대단하고 굉장히 굉장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가을방학의 <속아도 꿈결>은 원체 좋아하던 곡이었지만 이상의 <봉별기>를 읽고 나서야 뭔가 완성이 되어 들리는 느낌이랄까. 물론 소설 속 금홍이가 불렀을 구슬픈 창가의 멜로디와 가을방학 보컬 계피가 부르는 그 느낌은 전연 다르겠지만서도,


여하튼 간에 하반기 시작, 삼분기 시작을 앞두고서 한 번쯤 불러볼 그런 노랫말이 아닌가아아아아.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 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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