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내고서 자주 하는 후회 중에 하나가, 아 나는 왜 이렇게 뒤늦게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진작에 글을 좀 쓰고, 아니 글이야 예전부터 썼으니까 그 글을 가지고서 책을 낼 생각은 왜 하질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자주 하는 것이다.
가령 몹시 찌질한 인간이 있다고 치자. 찌질한 인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저 찌질한 인간으로 남을 뿐이지만 이, 찌질한 인간이 글을 써서 "아, 저는 찌질한 인간입니다." 하고서 책을 내게 된다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찌질한 인간이 아닌 작가로 보아주는 것이다. 아, 저 작가님은 찌질한 구석이 조금 있는 분이시군, 하면서, 찌질이라는 단점이 그저 한 글쟁이의 일부로 녹아들게 되는 것이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절의 찌질한 인간이나, 글을 쓰고 난 후의 찌질한 인간이나, 찌질하기는 매한가지일 텐데, 사람들의 시선은 이렇게나 몹시도 달라지는 것이다. 글쟁이로서는 개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항상, 글 쓴다는 인간들을 조심해라, 그 인간들의 글에서 보이는 도덕성이 한 100이라면 실제로는 50점이라고 생각을 해야 한다, 글 쓰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위험하고 어? 암튼 좀 그래, 제정신들이 아니야, 제정신이라면 글 같은 거 쓸 리가 없지, 하는 의견을 피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많은 독자들은 글 쓰는 사람들을 과대평가해준다. 가끔 나를 너무 좋게 봐주는 분이 계시면, 나는 양심의 칼날에 푹푹 찔리고서, 아, 저기요? 사실은 말이죠, 제가 그렇게 막 생각하시는 것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하고서 나에 대한 환상을 깰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일부 독자들의 과대평가는 여전하다.
그러면 나는 또 마음을 고쳐먹고서... 아 이거 완전 개꿀인데... 진작에 글을 쓸 걸... 진작에 글을 쓰고오오 책을 내가지고오오오 나를 과대평가해주는 독자들을 만나가지고오오오오오 그렇게 자존감이 올라가오오오오 자아실현을 이루고오오오오 마치 구름 위에 뜬 기분처럼 지낼 수 있을 건데에에에에, 하는... 암튼 그런 후회를 하곤 하는 겁니다. 네네.
가끔 브런치에 '작가가 되어 좋은 점' 같은 검색으로 유입되어 들어오는 분들이 계신데.. 네네 작가가 되면 이런 점이 참 좋습니다, 네네. 제 책 <작가의 목소리>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으니까 많이 좀 읽어주시고, 네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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