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어 좋은 점

by 이경
작가란.jpg 히가시노 게이고 <왜소 소설> 中



'정상적인 일을 못하니까 작가가 되었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 인간들이야, 그들은. 애들이나 마찬가지라고. 여름 방학 숙제를 8월 31일이 되기 전에는 손도 안 대는 초등학생이랑 똑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히가시노 게이고의 <왜소 소설>을 읽으며 낄낄낄낄거리며 웃었다. 문예지의 담당 편집자가 원고료를 받으며 연재하는 소설가를 대차게 까는 내용이다. 마감이 없으면 글을 쓰지 않는 인간! 마감이 있어도 자기 맘대로 어기는 인간! 초딩 잼민이 같은 것들! 그것이 바로 작가 나부랭이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읽은 책중에서 가장 웃겼던 부분이다. 재밌게도 어제는 8월 31일. 소설 속에서도 8월 31일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니 그것만으로도 뭔가 재미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작가의 한심함 같은 부분을 표현한 글(주로 소설)을 좋아하는데, 보면서 아아,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타산지석, 반면교사 삼는다. 이처럼 작가나 작가 지망생을 후두려 패는 소설 중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몇몇 소설과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가 형사 부스지마>가 있겠다.


작가(?)가 되어서 좋은 점은, 이렇게 한심한 작가를 그린 글을 보며 낄낄거리고 웃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뭔가, 그래 글 쓴다는 인간들 나를 포함해서 다들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지, 깔깔깔, 하기 좋달까.

만약 내가 책을 하나도 내지 못한 작가 지망생 신분으로, 으으으, 작가 저 인간들, 나는 저렇게 한심하게 살지 말아야지, 으으으으, 한다면 주변에서는 나를 보며, 열등감 덩어리라거나, 작가 지망생의 질투심으로 치부해버릴지도 모를 일 아닌가.


실제로 문학 공모전 시즌에 문청들의 커뮤니티에 가면, 현직 작가들을 욕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그렇게나 많다. 으으으으, 내가 현직 작가보다 못한 게 무엇인가, 왜 내 글은 몰라봐주는가, 하는 작가 지망생들의 글을 막상 읽어보면, 으으으으, 이거 몹시 구리잖아요,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처럼 작가 지망생이든, 작가든, 글을 쓴다는 인간들은 소심하고 예민하면서도 질투심도 많고, 또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 정상적인 일이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실은 종종이 아니고 대부분이 이렇다.)

똑똑한 사람들은 글, 그거 쓰고 살겠습니까, 좋은 머리로 공부해서 주식이나 비트코인이나 부동산 사겠지. 글 따위 암만 써봐야 돈도 안 되는 거. 깔깔깔깔. (이것도 뭐 제 얘기겠습니다만...)


여하튼 작가 지망생으로 작가를 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가 되어 작가를 욕하는 것은 나 스스로를 비판하는 마음이 들어서 덜 미안한 것이다. 작가를 욕하는 글을 보며, 양심에 찔려하며, 으으으, 이거 내 이야기네, 으으으, 하는 거.


작가가 되어서 가장 좋은 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나는 책을 세 권 냈지만,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진 않고, 글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밝혀야 할 때는 '글쟁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기도 또 그렇게 불리기도 아직은 좀 어색하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자기 PR의 시대이고, N잡러가 대세인 시대이고, 아무튼 자기가 하고 있는 걸 뭔가 밝히고 자랑하고 알리고 잘난 척하고 그래야 하는 시대 같다. 평소 잘난 구석이 있어도 숨기고, 자랑을 일삼지 않으며 늘 겸손하게 지내려던 나와는 좀 맞지 않는 시대인 것이 분명하다. 깔깔깔.


그러니까 요즘의 작가라 함은, 일단 책을 하나 내면, 엣헴, 제가 바로 작가올시다, 어제까지는 작가 지망생이었는데 말이지요, 책이 나왔으니까 이제 작가예요. 그러니 제가 글쓰기 강의를 하겠습니다, 엣헴, 하고서 다른 사람들도 가르쳐야 하고, 여러분! 이렇게 하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책을 낼 수 있습니다, 저를 보세요, 제가 바로 작가 아니겠습니까, 하고서 온갖 잘난 척을 해야 먹어주는 시대인 것 같다. 후우.

(오해하실까 봐, 글쓰기 강의를 하시는 모든 분들을 비판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저는 소수정예로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강의하시는 분들은 좋아해영. ^^)


작가 지망생으로 작가를 욕하는 것과, 작가로 불리면서 작가의 한심함을 욕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확실히 후자가 좀 더 편하달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왜소 소설> 속 편집자는 마감을 어기는 작가 때문에 심히도 괴로웠던 모양이다. 대세를 따라 나도 잘난 척을 좀 해보자면, 원고가 빵꾸나서 괴로우신 편집자 등등이 계시다면 바로 저, 이경을 찾아달라, 저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뇌를 거치지 않고 손가락에서 바로 글을 써 내려가는 느낌으로다가 신속하고 빠르게 글을 써서, 마감을 정해놓은 담당자들 모두 기쁘게 만드는 글쟁이로서... 제 이메일 주소는 m...c...2... 깔깔깔.


한 줄 요약 - 작가는 마감을 잘 지킵시다. ㅇㅇ. <왜소 소설> 꿀잼. 허니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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